고교2학년생 제2외국어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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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구 서부고 2년 金모(17)군은 요즈음 하루에도 서너번씩 독일어 교과서를 꺼냈다 집어넣었다 갈팡질팡이다.

金군처럼 수능성적이 나오고 난 뒤에야 지망대학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에선 포기할 수도, 매달릴 수도 없는 것이다.

제2외국어가 지망 대학.학과에 따라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고, 전혀 무관할 수도 있는 존재로 등장한 때문이다.

게다가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대학도 반영 비중 등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3월께 발표할 예정이어서 고2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혼선은 고교나 대입학원도 마찬가지. 제2외국어를 가르칠 대상도, 수업의 깊이도 정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 제2외국어 반영〓2001학년도 대입에 제2외국어를 반영키로 한 대학은 1백86개 일반대학 가운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73곳. 그중 서울대는 인문사회계열만, 연세대는 유럽어문학부만 반영하는 등 39개 대학이 모집단위별로 반영 여부를 달리하고 있다.

교육부가 밝힌 내용은 '생활외국어 위주로 출제하되 상위 50%?학생이 1백점 만점에 75점 이상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수험생은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 준비하면 된다' 는 게 전부다.

◇ 갈피 못잡는 진학지도〓학교마다 제2외국어 수업이 들쭉날쭉이다.

동신고 등 대전의 대부분 고교는 9월부터 하루 1시간씩 제2외국어 보충수업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대구 경북고는 이번 겨울학기부터 보충수업 1백여시간 중 제2외국어에는 단 6시간 만을 배정했고, 대구고는 겨울방학 특강에서 제2외국어를 아예 제외시켰다.

또 전주 상산고는 내년 3월이 지나봐야 제2외국어 수업시간.교사 채용 등의 방침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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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 金모(42)교사는 "체계적으로 준비하자면 반 편성을 지망대학별로 해야 할 형편이어서 고민"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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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학원가에도 제2외뭬?강좌를 개설한 곳은 거의 없는 실정. 대구의 K입시학원측은 "독어.일어 과목만 개설을 검토 중이지만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는 강의가 어려울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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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신학원 김양환(金良煥.42)진학지도실장은 "교육부와 각 대학이 제2외국어에 대한 구체적인 요강을 발표할 때까지 이 과목은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계륵(鷄肋)이 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서형식.천창환.김방현.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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