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넘치는 연말…지혜로운 건강관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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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잦다.

과음.과식은 건강의 적.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올해 연말은 어느 때보다 들뜨기 쉬워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술.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는 차츰 줄어들고 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는 과음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우려도 있다.

술은 양이 중요하다.

많이 마시면 해롭지만 적게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김정룡(金丁龍)교수는 "하루 30g의 알콜은 심장병 예방 등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80g 이상은 간에 해롭다" 고 말했다.

30g의 알콜은 주종(酒種)에 관계없이 대개 3잔이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安允玉)교수는 "독한 술일수록 잔의 크기가 작고 1잔에 포함된 알콜량은 10g을 조금 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술 80g은 소주 1병, 맥주 2ℓ, 위스키 2백㏄이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밤 사이 간이 처리할 수 있는 평균 알콜량은 50g이다.

따라서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면 50g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술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믿는 것. 그러나 술에 취하지 않아도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

金교수는 "술에 취하지 않는 것보다 과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두주불사형보다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금세 취하는 샌님형이 훨씬 건강엔 이롭다는 것.

가장 좋은 숙취해소법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고려대안암병원 내과 박승철(朴陞哲)교수는 "술은 물로 다스려라" 고 강조했다.

알콜은 체내에서 수분을 배설시키므로 과음 후엔 탈수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사우나로 땀을 빼면 더욱 탈수를 조장하게 돼 좋지 않다.

전해질 음료도 도움이 된다.

음주 전후 서너 잔 이상의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덜 취하고 빨리 깬다.

부득이하게 술을 많이 마셔야하는 자리라면 6~12시간 전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것이 요령이다.

알콜을 분해해 술에 덜 취하게 하는 알콜분해효소의 활성도를 미리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엔 술 못지 않게 식사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폭음에 이은 폭식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라면 연말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姜載憲)교수는 "평소 잘 지켜지던 다이어트도 사소한 계기로 허물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 충고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리 약간의 음식을 먹고 모임에 참석하라는 것. 위가 완전히 빈 상태에서는 과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음식을 생야채 위주로 먹는 것도 과식을 피하는 요령이다.

술에 포함된 알콜도 그램당 7㎉나 되므로 소주 반 병만 마시면 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여기에 삼겹살 등 기름진 안주까지 곁들이면 최악이 된다.

평소 위궤양 등으로 속쓰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위장출혈에 주의해야한다.

해마다 이맘때쯤 폭음과 폭식으로 위장출혈을 일으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자장면 색깔의 대변이 나오거나 창백하고 식은 땀이 흐르면 위장출혈일 가능성이 많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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