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순천시·KT 손잡고 친환경 명품도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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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남 순천 시민들이 무인 대여소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동강변의 가을 풍경을 즐기고 있다. 뒤에 보이는 다리는 무진교. 용산 전망대에 가서 순천만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긴 줄을 이뤘다. [KT 제공]


시내에서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물길에는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산성의 정도(pH)와 수온, 물속에 녹은 산소량(DO) 등을 실시간 감지해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담당 공무원에게 문자 메시지로 통보된다. 갈대밭에 불이라도 나면 열영상 카메라로 확인해 관람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다. 휴대용 단말기로 주변 정보를 알려주는 생태학습 정보시스템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청에서 만난 노관규 순천시장은 “친환경 비즈니스야말로 인구가 27만 명대에서 오래 정체된 우리 고장이 먹고살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인근 여수와 광양이 대단위 산업단지나 포스코 제철소를 끼고 있는 데 비해 이렇다 할 산업시설이 없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 핵심 수단은 우리나라가 강하다는 정보통신기술(ICT)이고 그 파트너는 KT다. 이 회사는 자전거 무인 대여소 개발을 포함해 순천지역 친환경 프로젝트의 기술 대행을 포괄적으로 해 준다. 사업비는 올해 10억원이지만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김영춘 KT 순천지사장은 “사람이 직접 손대지 않고 최상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ICT의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통신업계는 전통적인 유·무선 전화사업만으론 성장의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기존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순천은 KT가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는 데 중대한 시험 무대인 셈이다.

지역 개발에 기업의 첨단 ICT를 도입하려는 순천시의 노력은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지난달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에서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로 낙점 받은 것. 이에 따라 도심과 해안 사이 150만㎡ 땅에 20여 개국의 정원과 국제습지센터·수목원 등 다양한 체험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이날 순천만 절강 지역에서는 프랑스 낭트공원의 준공식이 열렸다. 순천과 낭트는 자매도시다. 이를 위해 부인과 함께 방한한 장 마르크 에호 낭트 시장은 “이렇게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자연경관을 첨단기술로 유지·보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순천시는 이런 인프라에 유비쿼터스 첨단 농업기술까지 접목해 ‘친환경 U-시티’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KT 순천지사의 양춘기 과장은 “ICT 하면 대도시·산업 인프라나 초고속인터넷·휴대전화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농·수산업 진흥과 자연생태계 보전에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가령 휴대전화 바코드를 활용한 한우 품질관리가 수입 쇠고기 공세를 막아내는 효자 노릇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업 분야에서 물·비료 공급과 온도·습도 조절, 유통 관리 등에도 ICT는 긴요하다.

순천=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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