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욕설 '막가파식' 국회인가…저질 비난 자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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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원의 폭언과 욕설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의원끼리 욕설과 멱살잡이를 하기 일쑤고 13일에는 회의진행에 관한 사소한 의견차이로 동료의원으로부터 폭행의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시민들은 "이런 국회에 뭘 기대할 수 있느냐" 고 개탄하고 있다.

◇ 폭언 및 욕설사례〓올해들어 공개된 것만도 다섯차례가 발생했다.

김영선(金映宣)-국창근(鞠□根)의원간 13일 폭언사건이 최근의 예.

지난 2일 예결위 부별(部別) 심의땐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의원과 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박광태(朴光泰)의원간에 충돌이 벌어졌다.

李의원이 전주 신공항건설 등을 호남 편중예산이라고 공격하자 林.朴 두 의원이 회의장 뒤로 李의원을 불러내 "맛좀 볼래. 우리 지역에 무슨 원수진 것 있다고" 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흥분한 李의원은 "정권 잡으니 보이는 게 없느냐" 면서 맞받았고 끝내 예결위 심의가 3일 동안 중단됐다.

특검제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8월 13일엔 원내사령탑인 여야총무간에 욕설이 오갔다.

"너희들 혼자 다해먹어" (李富榮 한나라당 총무), "나이도 어린게 그러면 안돼" (朴相千 국민회의 총무), "뻔뻔한 놈" (李총무)등의 고성이 회담장 밖으로 들려나왔다.

지난 7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선 한나라당 이원복(李源馥)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을 '돌팔이 의사' 에 빗대자 여당이 발끈했다.

국민회의 한영애(韓英愛)의원은 거친 욕설로 李의원을 비난했고, 李의원은 "너 때문에 정치 못하겠다" 고 맞받아쳤다.

폭언이 멱살잡이로 발전한 예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가보훈처에 대한 정무위 국감장에선 국가보훈처의 인사편중 문제로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의원과 국창근 의원이 맞부닥쳤다.

鞠의원이 李의원에게 "여기가 아직도 검찰인줄 알아" 라고 욕을 했고 즉각 李의원은" 나이값을 해" 라며 같이 육두문자를 퍼붓다 끝내 멱살을 잡았다.

2개월 뒤 두 사람은 정무위원 오찬회식 때도 욕설공방과 몸싸움을 벌였다.

폭언.육탄전은 여야의원 사이 뿐만 아니라 같은 당내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7월초 한나라당에서는 대여(對與)전략을 숙의하다 이부영 총무가 이재오(李在五)의원에게 발길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원인과 대책〓의원 자질부족이 1차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숭실대 김장권(金長權.정외과)교수는 "한국정치의 수준 아니겠느냐" 며 "의원폭언이 너무 자주 일어나 주목을 받지 못할 정도가 됐다" 고 말했다.

서울대 박찬욱(朴瓚旭)교수는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못한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분석하며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에도 19세기 초반에는 의사당에 개나 야구방망이를 들고 들어와 상대당 의원을 공격한 경우까지 있었다" 고 설명했다.

朴교수는 "의회제도 정착과 함께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며 "동료의원이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고 충고했다.

상대방에 대한 자극적 공격과 공천 등을 의식한 의원들의 충성심이 언어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보스 중심의 정치문화가 빚어낸 파행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회의장면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고 문제의원들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인식이 정착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최상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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