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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위원소 분리에 그친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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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실험으로 만든 우라늄 0.2g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왜 그런 실험을 했고, 실제 핵무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정부는 정말 몰랐는지 등 다양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연구소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국원자력연구소 한봉오 홍보실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은 3일 오후 연구소에서 철수했다"며 "미국에서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데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소는 3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관계자들도 언론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부는 정말 몰랐나=과학기술부 조청원 원자력국장은 3일 과천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 6월 IAEA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됐다"며 정부가 사전에 알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조 국장은 "지난 2월 IAEA 추가의정서를 비준함에 따라 과거의 연구까지 보고 내용에 포함됐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지 이를 감추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고 은폐설을 일축했다.

조 국장은 또 "추가의정서에 비준하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 IAEA 측에 원자력연구소 방문을 허용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에는 사찰이 아닌 연구소 시설을 둘러보기 위한 단순 방문 목적이어서 우라늄 실험에 대해선 질문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국장은 "과학자들에게 본인의 관심분야를 충분히 연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연구소와 연구자에 대한 제재를 생각한 바 없다"고 밝히고 "다만 앞으로 이 같은 실험은 정부와 협의 없이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원 장순흥(원자력 및 양자공학과)교수는 "레이저 분리법은 의학용이나 산업용에 쓰이는 방사성 물질을 골라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며 "이번 일로 레이저 분리법이 통째로 금지되는 사태는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0.2g은 어떤 상태인가=2000년 당시 사용한 연구설비는 현재 철거돼 창고에 폐기돼 있다. 더 이상 쓸 일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라늄 0.2g은 4년여 동안 원자력연구소가 보관해 왔다. 이번에 사찰을 벌인 IAEA가 주목하는 부분도 이 물질의 존재와 양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과기부 조 국장은 일부 외신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우라늄의 농도에 대해 "문제가 된 0.2g은 순도가 높은 우라늄 덩어리가 절대 아니다"며 "샘플에 레이저를 쏴서 우라늄이 서로 다른 동위원소로 분리됐음을 확인한 뒤 덮어버린 상태"라고 못박았다.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순도나 양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한양대 이재기(시스템응용공학부)교수는 "이 실험에서 만든 우라늄의 순도나 양은 말 그대로 실험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한마디로 ▶이번 실험이 우리의 핵무기 제조 능력을 보여준 게 아니며▶그럼에도 IAEA에 자진 신고한 것은 국제 핵확산 금지 규정에 철저히 따른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서 북핵 사찰 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정부가 출연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원자력 종합 전문연구기관이다. 연구원 등 직원수는 총 1060여명이다. 1959년에 설립돼 81년 한국핵연료개발공단과 통합되면서 한국에너지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89년 다시 한국원자력연구소로 명칭이 환원됐다. 주요 사업으로는 ▶원자력 기초.응용 연구▶원자력 정책 연구▶원자력 안전성 연구▶핵연료 물질 연구.개발.생산▶방사성 폐기물 연구 개발 및 처리▶다목적 연구로 건설▶원자력 연구.기술 인력 양성 및 훈련▶암 연구 및 원자력 관련 의료 연구 등을 한다.

본부는 대덕연구단지(대전시 유성구 덕진동)에 있으며,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부설 원자력병원과 서울사무소가 있다.

김방현.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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