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 국빈으로 모시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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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출신의 호런(右)이 마라톤 레이스 중인 리마를 밀치는 장면.[아테네 AP=연합]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 우승자의 이름은 벌써 잊혀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줄곧 선두를 달리다 결승선을 불과 5㎞ 남짓 앞두고 갑자기 코스에 뛰어든 괴한에게 떠밀려 레이스를 망치고 동메달에 그친 반데를레이 리마(35.브라질)의 주가는 점점 치솟는다. 올림픽 마라톤을 망친 사나이, 코넬리우스 호런(57)의 나라 아일랜드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2일(한국시간) 귀국, 거국적인 환대를 받고 금메달에 해당하는 포상금(6만6000달러)도 받게 된 리마가 이번에는 아일랜드에서 초청을 받았다. 그것도 국빈 자격이다. 존 오도노휴 아일랜드 체육부 장관은 10월에 열리는 더블린시티 마라톤대회에 리마를 국빈 자격으로 초청한다고 3일 발표했다.

오도노휴 장관은 RTE 스테이트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일랜드의 모든 국민이 유감으로 생각한다. 방해를 받지 않았다면 그가 우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도노휴 장관은 "우리는 리마를 따뜻하게 맞이할 것이며 그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청 소식을 들은 리마도 "아일랜드 국민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초대를 받아 설레며 일정이 허락하면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호런에 대해 악감정은 없다고 강조한 리마는 호런의 동생인 댄 호런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이번 일은 나를 위해 신이 택하신 길이다. 호런의 가족을 보고 싶으며 만나면 포옹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리마가 영웅이 된 데 비해 한때 성직자였다는 호런은 수렁에 빠졌다. 그리스에서 집행유예 1년과 3600달러(약 414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고 쫓겨난 호런은 지난 2일에는 2건의 어린이 추행 혐의로 런던 법원에 출두해야 했다. 호런도 이 추행 혐의만은 부인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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