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동브랜드 겉돈다…홍보부족 내수·수출 힘못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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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애써 개발한 공동브랜드가 힘을 못쓰고 있다. 지역 특화 제품에 낯선 남의 상표 대신 '내이름' 을 붙여 수출을 늘리고 내수시장도 개척해 보겠다던 꿈이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 쉬메릭(대구시)〓우산.양산, 양말, 스포츠의류, 손수건, 안경테 등 14개 대구지역 특화제품(22개 업체)에 '쉬메릭' 상표를 붙여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가 97년부터 쓴 쉬메릭 홍보비는 9억여원. 하지만 외국 바이어들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 조차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늦게 만든데다 내용마저 부실하고, 광고도 지역에 그쳤다.

대구시가 쉬메릭을 만든 것은 96년12월. 인터넷 홈페이지는 3년이 지난 올 10월에 만들었다.

더욱 큰 문제는 부실한 내용. 한글판 홈페이지와 달리 영문판에는 참여업체의 생산라인이나 공장 모습.제품의 우수성 등 구체적인 현황 소개가 아예 빠져 있다.

중구 동아쇼핑 6층의 쉬메릭 종합전시.판매장도 지난해 12월에야 만들어져 '종합' 전시장 역할을 충분히 못해 왔다는 평가다.

때문에 쉬메릭제품은 지난해 수출 3백70만달러, 국내판매 38억원에 그쳤다. 수출액 대부분은 '쉬메릭' 을 만들기 전부터 해외시장에서 호평받아온 양말이 차지했다.

◇ 실키안.진주기라(진주시)〓진주지역 15개 견직물업체의 공동브랜드 '실키안' '진주기라' 도 뿌리를 못 내리고 있다. 이들 업체가 자본금 1억7천만원으로 판매법인 실키안(대표 백진웅.이안생)을 출범시킨 것은 지난 6월. 지금까지 전시판매장(진주시 본성동 진주문화관광센터)한 곳을 개설한 것 외에는 뚜렷한 활동이 없다.

10월까지 이 전시판매장의 판매실적은 1억4천여만원.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대리점을 더이상 못낸 상태이며 신문.방송 광고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내년에는 자본금을 9억원으로, 참여업체를 30여개로 늘리는 한편 전국 주요도시에 대리점도 개설하는 등 도전에 나설 생각이긴 하다.

'실키안' 은 실크와 시빌리언의 합성어로 실크시민이란 뜻이며 넥타이.스카프에 주로 사용한다. '진주기라' 는 곱고 아름다운 비단이란 뜻으로 한복지에 주로 쓰인다. 진주지역 1백20여 견직물 업체들은 전국 실크의 80%정도를 생산한다.

◇ 테즈락(부산시)〓부산지역 공동브랜드 테즈락(대표 朴根烋)도 제품출시 첫해인 지난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출시 초기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으로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듯 했으나 품질이 떨어지고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부진했다.

홍보도 부족해 부산 말고는 테즈락을 아는 소비자가 잘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 매출 31억원에 6억6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부턴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다. 5월에 경영진을 바꾸고 4억원이던 자본금을 6억9천만원으로 늘렸으며 25곳이던 매장을 38개로 늘려 흑자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아직도 많다는 지적이다.

강진권.김상진.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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