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안해도 범죄피해 보상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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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앞으로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 측을 상대로 한 별도의 민사소송을 내지 않고도 피해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도 각종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2일 범죄 피해자들의 금전적 배상을 쉽게 하고, 형사재판 참여를 돕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법 등을 규정한 '범죄피해자 기본법'을 새로 만들어 내년 초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 금전적 보상제도 확대=법무부가 마련한 종합대책에 따르면 가해자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배상을 약속할 경우 이를 문서화하는'형사 화해제도'가 도입된다.

가해자의 형이 확정되면 피해자는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해자 측의 재산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형사재판과는 별도로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바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서 배상을 받을 수 없을 경우 국가가 대신 지원토록 하는 '피해자 구조제도'도 크게 개선된다.

현재의 이 제도는 가해자가 불분명하거나 피해자가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보상금을 주고 있다. 지난해 구조제도의 혜택을 본 사람은 87명에 불과했고, 보상금도 8억2000만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보상금 지원 조건을 크게 완화하고, 최고 1000만원인 보상금도 대폭 늘리도록 범죄피해자구조법을 바꾸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해자 구조에 사용할 돈은 가해자가 낸 벌금의 일부를 귀속하거나 외부에서 기부금을 받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국가의 법률 지원 확대=범죄 피해자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는 문제점도 개선된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각 지방검찰청에 범죄에 따른 피해 내용과 법정 증언 방법 등을 상담해 주는 '피해자 지원과'를 올해 안에 신설키로 했다. 민간단체와 협의해 현재 세곳(김천.대전.울산)에서만 운영 중인 범죄 피해자 민간 지원센터도 추가로 설립하기로 했다.

법률구조공단의 역할도 확대된다. 지금까지 법률구조공단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 대해서만 법률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피해자를 위해 소송 대리 등도 함께하도록 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방침이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나 보호자가 함께 출석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가 원할 경우 선별적으로 재판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전진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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