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 한국인 기피대상 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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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집단적으로 저만 공격하는 한국 게이머들하고는 도저히 게임을 할 수가 없습니다. "

내년 해외진출이 유력한 국산 온라인 인터넷 게임 '리니지' 의 베타버전'(무료 시험서비스)'을 이용하던 한 외국인이 지난달 초 운영자에게 항의성 E메일을 보냈다.

인터넷 ID가 PI**Y인 이 외국인은 막무가내로 승부욕에 집착하는 한국 게이머들 때문에 게임의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불만을 토로하는 외국인들의 E메일이 폭주하자 운영자인 NC소프트사는 지난달 15일 외국서버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1백여명을 모두 퇴출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10~20대 청소년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이버 게임에서 일부 한국인 게이머들이 '네티켓' 을 망각한 행동을 보여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이는 사이버 공간상의 기본적인 예절을 무시하는 것으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만 1백만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 배틀넷 서버를 통하면 전세계 누구와도 8명까지 집단 대결이 가능한 이 게임에서도 한국인들은 아군과 적군을 넘나드는 스파이 행동을 하거나 상황이 불리하면 접속을 끊는 방법을 동원, 외국인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 으로 꼽히고 있다.

몇몇 게이머의 고도(?)의 전략 때문에 상위 60%를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것에 대해 외국인들은 의혹의 눈길마저 보내고 있다.

전세계 50여만명이 즐기는 '울티마 온라인' 은 일종의 역할 게임. 게이머가 대장장이.재단사 등이 돼 사회활동을 하는 이 게임에서 한국인들은 유독 전사(Warrior)를 선호해 호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팅에서도 한국인들의 욕설이 난무하자 운영회사인 EA코리아측은 이번 주부터 비속어 등을 삭제하는 기능이 첨부된 한글판을 내놓았다.

일부 게이머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한국산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러와 해외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해외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내년부터 수출을 모색하는 국산 온라인 게임은 '리니지' , 넥슨의 '바람의 나라' , 코디넷의 '스타체이서' 등이 있다.

'리니지' 게임 회원 姜모(18)군은 "익명의 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게이머들끼리 주의를 주는 등 '네티켓' 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종합지원센터의 김동현(金東鉉)소장은 "사이버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을 넘어 21세기 문화산업의 첨병이므로 이용자에 대한 사이버 예절교육이 절실하다" 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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