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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가정 자녀에 엄마 성 따를 수 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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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나라당이 호주제 폐지를 '권고적 당론'으로 정함에 따라 호주제 폐지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법무부가 제출한 민법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07년부터 민법에서 호주와 호적이 사라지게 된다. 이를 환영하는 여성계는 부계혈통 계승의 가족제도와 남성 우월적인 가족 문화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유림은 이혼의 증가, 가족 붕괴의 가속화 등을 우려하며 강력한 저지운동을 할 계획이어서 파란이 예상된다.

◆ 호주 없어지고 가족 개념 손질=법무부가 6월 국회에 제출한 민법 개정안은 호주제 폐지와 재혼.이혼 가정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한 점이 주요 골자다. 논란을 빚어 왔던 가족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 해석을 위해 손질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장인 '호주'가 없어지고 개별 구성원들이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이 경우 어린 아들.손자가 어머니.할머니를 대신해 호주가 되고,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 간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사라진다. 남아선호로 인한 성비 불균형 등의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자녀의 성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 신고시 부부가 합의하면 어머니의 성.본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고통받는 재혼.이혼 가정 자녀의 경우 부모가 이들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본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의원 중에서도 일부는 이 조항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가족의 개념은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배우자의 직계혈족▶배우자의 형제.자매 등으로 재규정했다.

◆ 찬반 대결 예상=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한나라당의 당론 결정을 환영한다"며 "호주제 폐지가 남아선호 사상의 약화와 평등한 가족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반겼다. 반면 성균관 가족법 대책위원회 하유집 위원장은 "가족이 붕괴되는 위기의 상황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며, 청소년 범죄 등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규모 반대 궐기대회를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등이 호주제 폐지를 17대 국회의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어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경우 민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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