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브래지어 속에 우주 기술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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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들 때의 용도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제품들이 인기다. 원래는 심장약으로 개발됐던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자리 잡은 것과 비슷하다. 의료용품으로 개발된 제품들 중 일부는 미용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사용·우주용으로 쓰인 기술이 적용된 생활용품들이 소비재 속에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의료용품 출신 미용 제품들=온라인 종합쇼핑몰 디앤샵에서는 하지 정맥류 환자를 위해 만들어진 ‘압박스타킹’이 미용·다이어트 부문에서 각종 피부 관리용품·헤어용품을 제치고 이달 들어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종아리 근육을 압박해 혈관의 돌출을 막는 원리로 치료 목적에 이용되던 제품이다. 다리 붓기를 막아주고 날씬하게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최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패션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

G마켓과 디앤샵 등에서 팔리는 다이어트용 운동기구인 짐볼은 원래 어린이용 물리치료기로 사용되던 페지볼(Pezzi Ball)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원래 척추측만증 치료 등에 사용됐는데 위에 앉아 균형을 잡는 것만으로도 칼로리를 소비하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 용품으로 변신했다. 파라핀 베스는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던 제품이었다. 다친 부위에 지속적으로 열을 전달해 치료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었다. 최근엔 물리치료 목적 외에 피부보습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용 제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집안 일이 많은 명절 전후나 날씨가 건조한 가을·겨울이 되면서 젠텍의 뉴젠 파라핀 베스 등 10여 종이 인기몰이 중이다.

◆군사·우주용 기술=속옷업체 비비안 등이 만드는 일부 브래지어의 캡 부분에 사용되는 메모리 몰드는 알고 보면 우주 개발에 사용되던 기술이 도입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비행사의 대기권 탈출을 돕기 위해 밀도가 높고 탄력이 작은 폴리우레탄을 소재로 개발한 물질을 사용한다. 최초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 보정성을 강화하는 속옷 소재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속옷 원단을 인체 구성 단백질 중 하나인 콜라겐으로 코팅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제품도 늘고 있다. 브래지어에 들어가는 와이어에 쓰이는 형상기억합금도 당초 미 해군의 잠수함 겉 장갑 원료로 개발된 것이다. 일정한 온도가 되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는 성질이 있어서 기존 철제 와이어보다 탄력이 좋고 세탁해도 모양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필립스는 남성용 전기 면도기에 로터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원래 우주 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면도를 해도 면도된 모발이 우주선 내부에 떠돌지 않고 전기면도기 내부에 모이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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