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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병원 '칵테일 요법' 개가] 에이즈 치료 효과 첫 확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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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불치병으로 알려진 에이즈를 국내에서도 칵테일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음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내과 최강원(崔康元).오명돈(吳明燉)교수는 지난 27일 대한감염학회에서 98년 5월부터 99년 3월까지 에이즈로 이 병원을 찾은 52명의 감염자를 대상으로 칵테일요법을 실시한 결과 6개월 이상 복용한 환자 21명중 17명(80%)에게서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칵테일요법이란 단백분해효소억제제와 역전사효소억제제 등 15개 항(抗)바이러스제제중 세가지 이상을 동시에 투여하는 치료법. 96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崔교수팀이 가장 대표적인 칵테일요법인 크릭시반.AZT.3TC를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혈액검사에서 에이즈반응이 음성으로 전환됨은 물론 림프구 수도 늘어나는 등 면역력이 회복됐다는 것. 또 면역기능이 떨어져 일어나는 감염질환도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칵테일요법은 97년 국내 일부 대학병원에 도입됐으나 국내 에이즈감염자를 대상으로 칵테일요법의 치료결과가 밝혀지긴 이번이 처음. 치료성적도 미국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崔교수는 "에이즈는 과거 불치병이었으나 칵테일요법의 등장으로 당뇨나 고혈압처럼 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아무런 증상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만성질환의 하나로 격하됐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칵테일요법이 에이즈의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崔교수는 "99.0%의 에이즈바이러스를 죽이지만 완전히 죽이진 못하므로 약을 끊게 되면 재발한다" 고 설명했다.

치료비가 비싼 것도 단점이다. 혈액검사에서 림프구 중 면역기능을 맡고 있는 CD4세포가 5백개 이하이거나 에이즈바이러스 숫자가 2만개 이상이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달에 55만원 정도의 약값이 든다.

하지만 칵테일요법을 받는 동안엔 에이즈바이러스가 대부분 사라지므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고 면역력 저하로 사망할 확률도 크게 줄어든다.

보건복지부에 공식확인된 감염자는 지난 9월 현재 1천14명이다.

崔교수는 "지금까지 에이즈감염자는 에이즈를 불치병으로 알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며 "국내에서도 칵테일요법의 효과가 입증된 만큼 에이즈감염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적극적인 칵테일요법을 통해 확산을 막아야한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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