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수사 이모저모] 박시언씨 영화대사 인용 자화자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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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직동팀 옷 로비 내사결과 최종보고서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수사 착수 하루만인 29일 핵심 관련자인 박시언씨를 소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출두한 朴씨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중앙현관 대신 지하1층으로 연결된 민원실을 통해 곧장 조사실로 올라갔다가 "정식으로 들어오라" 는 검찰의 요청을 받고 다시 내려와 현관을 통해 출두하는 모습을 연출. 한 수사 관계자는 "검찰이 朴씨를 빼돌렸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관을 통해 다시 들어오도록 했다" 며 "朴씨가 김태정 전 검찰총장을 만나러 대검을 자주 출입한 탓인지 청사 사정에 너무 밝은 것 같다" 고 설명.

○…朴씨는 출두하며 배포한 유인물에서 "사정기관 사람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며 "사건을 왜곡.은폐.조작하려는 사람들과 타협할 수 없어 오랜 친분에 따른 인간적 고뇌를 극복하고 검찰에 나왔다" 고 주장. 그는 "사회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많은 사람들은 한 사람의 현명하고 용기있는 결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는 영화 '파워 오브 원' 의 대사 한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을 추켜세웠다. 그는 또 자신이 표지인물로 등장, '착실히 성장하는 교포 사업가' 로 소개된 미국내 한 한인 잡지 기사를 복사해 보도진에 배포.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은 여론을 의식한 듯 한결같이 철저한 수사방침을 표명. 박순용 검찰총장은 아침 정례회의에서 "심적 부담을 가질 필요없다. 원칙대로 하라" 고 수사팀을 독려. 이종왕 수사기획관은 기자들에게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느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 고 다짐. 그러나 수사범위와 관련해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은 "사직동팀 최초보고서 유출경위는 우리가 아니라 특검의 수사 대상" 이라고 못박았으나 수사팀은 "당연히 두개의 문건 전달과정을 모두 조사할 것" 이라고 말해 이견을 드러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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