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뮤지컬 공연음반 사상 첫 발매…'태풍'·'록햄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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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한국 창작뮤지컬 역사상 처음으로 공연음반이 본격 발매된다.

28일 막을 내린 서울예술단의 '태풍' (바르탁 작곡)의 주제곡 '나는 당신을 느껴요' (노래 남경주.이정화)등 뮤지컬 넘버 24곡을 담은 공연앨범이 음반시장에 선을 보이는 것.

'명성황후' (에이콤 제작.김희갑 작곡)등 지금까지 몇몇 뮤지컬 작품이 공연 수록곡을 음반으로 발표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공연장 현장판매에 그친 기념앨범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번 음반은 처음부터 전국적 유통을 목표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앨범제작을 맡은 음반기획사 마코뮤직은 공연일정에 맞춰 급히 발매한 '태풍' 공연앨범의 재킷디자인 등을 수정 보완해 곧 전국 음반시장에 내놓는다.

우선 1만장 정도를 찍고 도매상 반응에 따라 추가 발매할 계획이다. 배급은 신나라레코드가 맡았다.

서울예술단 이유리 실장은 "예산이 부족해 당초 음반발매는 생각지도 않았으나 기획사 쪽에서 음악을 듣고 먼저 음반제작을 제의해왔다" 며 "제작비는 한푼도 들이?않고 오히려 배우 개런티와 향후 1년 동안 출고가의 20%를 인세로 받기로 했다" 고 밝혔다.

시장성이 없다고 인식돼 그동안 음반유통 자체가 불가능했던 창작뮤지컬을 레코드가게에서 음반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뮤지컬 음악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태풍' 은 음악에 대한 반응이 좋아 내년 2월 예술의전당에서 앙코르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서울뮤지컬컴퍼니의 '록 햄릿' (이동준 작곡)도 12월 말경 음반으로 나올 예정이다.

'태풍' 이 음반제작부터 유통까지 모두 외부 기획사가 맡았다면 이번 '록 햄릿' 앨범제작은 뮤지컬 제작사와 음반계획사가 제작비를 함께 부담한다.

하지만 이 음반 역시 공연 현장 판매용이 아닌 전국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본격음반이라는 점에서 기존 뮤지컬 앨범과는 차별을 보인다.

'록 햄릿' 은 당초 지난 26~28일 녹음한 공연실황을 편집해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스튜디오 녹음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예전미디어가 유통을 책임진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처럼 창작뮤지컬 음반발매는 뮤지컬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뮤지컬 '캐츠' 는 못봤어도 주제곡 '메모리' 를 흥얼거리는 사람이 자연스레 뮤지컬 팬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반을 통해 국내 창작뮤지컬이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 블록버스터 뮤지컬처럼 뮤지컬 팬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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