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묘 유치 민원 지자체서 퇴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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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표적 혐오시설로 손꼽히는 납골묘지를 유치해 달라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자치단체가 외면하는 '이상한 일' 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 사정리 주민 1백30여명은 지난해 8월부터 납골묘지 유치를 요구하며 군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일까지 건의서.진정서.청원서를 냈다. 전체 가구의 95% 이상이 찬성이다.

재단법인 '청구 자혜원' 은 사정리 산 253 일대 7만평에 2001년말까지 유골 6천5백기의 안치가 가능한 1천3백기의 묘지를 조성할 예정으로 지난해 2월부터 군에 납골묘지 조성허가 신청을 제출해 놓은 상태. 주민들은 "산간오지인데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낙후된 이 지역이 발전하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납골묘지 유치에 나섰다" 고 밝혔다.

마을이장 김영환(54.농업)씨는 "국토의 묘지화를 막는다는 큰 뜻에서 유치를 신청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재단법인측이 주민 지원사업으로 약속한 도로 개설 및 마을 장학금 조성.태평양전쟁 경기지역 희생자 위령비 건립 등도 마을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였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포천군은 "3만3천평 이상의 사설공원묘지는 국토이용관리법상 준도시지역이어야 한다" 면서 "신청부지는 준농림지.농림지여서 안된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 40여명은 25일 오전 군청을 집단 항의방문, "장묘문화개선과 지역발전을 위하는 주민들의 희망을 더 이상 모른체 하지 말아달라" 고 호소했다.

재단법인과 주민들은 "인근 양평군에서도 포천과 유사한 상황이었는데 군측이 '용도지역 변경' 을 통해 대규모 납골묘지 조성허가를 내준 것과 비교할 때도 군의 주장은 일리가 없다" 고 반박하고 있다.

양평공원묘원은 15만평 부지가 준농림지로 묶여 있었지만 양평군은 준도시 지역으로 변경한 후 허가를 내줬다.

이에 대해 포천군은 "용도지역 변경은 군 전체의 토지 관리계획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문제" 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정부 차원에서 납골문화 장려운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주민이 강력하게 요청하는데도 일을 가로막기만 하는게 말이 되느냐" 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포천군의 이같은 태도는 안양시의 적극적인 '장묘문화 개혁운동' 과도 크게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안양시는 오는 2001년까지 4천1백위를 안치할 수 있는 공설납골당을 설치할 방침이다.

안양시는 소속 공무원 9백87명이 '화장 공동 유언장' 에 서명했으며 사회단체 회원.시민 2천1백59명도 '사망 후 화장' 을 약속했다. 안양시는 현재 청사 내 광장에 '가족 납골묘' 2기(基)를 29일 설치한다.

전익진.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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