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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日 공동제작 '공룡, 그 허구와 진실' 신정연휴 방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전세계 영화팬을 흥분시켰던 '쥬라기 공원' 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다면…. 1억6천만여 년전 지구를 활보했던 공룡이 옛날 그 모습대로 시청자를 찾는다면…. 지금은 화석으로만 전해지는 공룡이 첨단 다큐멘터리로 부활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의 다큐전문 케이블 디스커버리, 일본의 아사히TV 등이 공동제작한 '공룡, 그 허구와 진실(가제.Dinosaurs)' 이 국내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재현했던 공룡을 엄밀한 고증을 거쳐 만든 첨단 다큐멘터리다. 지난달 영국에선 50%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달 동안 3차례나 재방영됐을 만큼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 '공룡' 이 KBS의 밀레니엄 기획특집으로 2000년 1월 1, 2일 이틀 동안 90분씩 방영된다.

'공룡…' 은 겉으론 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쥬라기 공원' 과 비슷하다. 중생대에 번창했던 공룡을 되살려냈기 때문. 하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다.

허구적 상상력으로 재미를 추구한 SF영화가 아니라 인류학적 검증을 거쳐 면밀히 제작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우선 제작비가 상상을 초월한다. 30분물 6편으로 구성된 3시간짜리의 '공룡…' 에 투입된 경비는 무려 1천만달러(1백20억원). 국산 영화의 평균 제작비가 12~13억원임을 감안하면 10편의 한국 영화를 거뜬히 만들 수 있는 돈이다. 덕분에 육지와 바다, 그리고 하늘을 누볐던 모든 공룡을 '부활' 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만든 야심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용도 정확성을 생명으로 했다. 제작기간만 3년. 그동안 공룡연구가에서부터 고대식물학자.고대곤충학자.공룡배설물 연구가.지질학자.인류학자 등 1백명이 넘는 전문가의 꼼꼼한 자문을 받았다. 제작진은 지난 1백 50년간 인류학자들이 내놓은 공룡시대 연구결과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자랑한다.

담당 프로듀서인 팀 하인즈는 "이 프로그램은 공룡시대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분석이며 학문적 오류가 없도록 최대한 주의했다" 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최첨단 제작기법이 동원됐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룡의 원래 모습에 최대한 가까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 화석과 뼈를 바탕으로 공룡의 여러 행동방식을 마치 우리가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재현해냈다.

제작진은 이구아나 등 공룡의 '후손' 들을 통해 뼈의 생김새에 따라 근육과 혈관의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내고 이를 공룡의 복원에 고스란히 적용시켰다. 영화 '쥬라기 공원' 보다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정교한 화면이 압권이다.

배경처리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공룡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살려내되 그들이 살았던 자연환경은 당시 모습에 최대한 흡사한 곳을 골랐다. 아마존 유역이나 태평양 연안 등 고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지구촌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이런 배경을 촬영하는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공룡시대엔 지구상에 풀이 없었기 때문에 화면에 풀이 나타나지 않도록 카메라 앵글을 잡거나 컴퓨터로 화면에 잡힌 풀을 지워나가는 작업도 필요했다.

또 사람과 공룡이 공존했던 적이 없어 시청자가 공룡의 크기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한계는 있는 법. 공룡의 피부색이나 눈의 생김새와 울음소리 등을 밝혀내는 것은 현대 과학의 과제로 남아있다. 그 공룡들의 행진이 2000년 첫날 국내 시청자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게 될지…. 우리도 영화보다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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