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금지된 꿈'의 세계-권영상 동시집 '…별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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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엄마, 사자가 나타났어요! 사자가!/어디에?/텔레비전에요//엄마, 강아지가 병아리를 물어요!

병아리를!/텔레비전에서?/아니요, 동화책에서. //엄마, 전쟁이 시작됐대요! 전쟁이!/동화책에서?/아니요, 골목 놀이터에서//엄마, 아빠가 떨어졌어요! 아빠가!/놀리지 마!/진짜에요. 베란다 밑으로!/놀리지 말래두!" (동시 '놀리지 말래두' )

권영상 동시집 '월화수목금토일별요일' (재미마주.9천5백원)에 나오는 '나' 와 엄마의 대화는 이처럼 엇갈리기만 한다. 서로 눈높이가 다른 어른들과 아이들, 어쩌면 이런 엇갈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동시집은 이렇게 어른들의 세계와 엇갈리는 요즘 아이들의 세계로 가득차 있다. '뭐든지 다 말하라던 선생님은 "조퇴 좀 해야겠어요. /3년이나 키우던 십자매가 죽었어요. " 하자 "그깟 일로 선생님을 찾아와!/그깟 일로 조퇴를 해!" 야단을 치고, 강아지 키우자고 조르면 아빠는 "아파트에선 어려워. 이다음 시골 내려가면 그 때 강아지 키우자. 뜰에단 감나무를 심고, 그 아래엔 빨간 지붕 강아지집을 짓고, 그 곁에단 토끼 두 마리, 그 곁에단 병아리 다섯 마리…" 읊어내려간다.

진짜 대답은 이어지는 싯구에 있다. "아빠! 그럼, 시골 언제 내려가요?/네가 대학 졸업하면. " '

월화수목금토일 보통 요일에는 불가능한 아이들의 꿈을 시인은 '별요일' 의 상상을 통해 이뤄준다.

괘종시계가 12번을 치면 수업이 끝나고, 추운 날이면 털실 한 뭉치로 집을 둘둘 감고, 아파트 공사장의 크레인을 뽑아 공룡을 만들어 타고 달리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려는 때문일까. 이 동시집에는 지금의 어른들이 어려서 읽은 동시같은 서정적 운율이 별로 없다. 산문시에 가깝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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