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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반 홍어 반’ 흑산도 66년 만에 풍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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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6일 전남 신안군 흑산수협에서 직원들이 위판된 홍어에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이날 거래된 위판량은 어선 6척이 잡아온 3000여 마리로 흑산수협 설립 이후 66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신안=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명물인 홍어가 사상 최대의 풍어를 기록했다. 26일 흑산수협에 따르면 이날 홍어잡이 어선 4척이 흑산도·홍도 부근 해상에서 잡아 와 위판한 홍어는 모두 2331마리(합계 11.8t)였다. 위판고로는 1억6415만원에 이른다. 하루 전인 25일에는 2척이 647마리(합계 3.4t), 5521만원어치를 위판했다. 이틀 분을 합친 이번 어획량은 2978마리(15.2t), 위판고가 2억1936만원이나 된다.

사상 최대의 풍어에도 불구하고 위판 가격은 8㎏ 이상 상품 한 마리에 35만원 안팎으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했다. 박선순(46) 흑산수협 유통사업팀장은 “흑산수협 설립 이후 66년 만의 최대 위판량”이라며 “홍어가 하도 많이 들어와 직원들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9시간 동안 경매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섬 주민들까지 놀라서 구경을 나왔을 정도”라며 “예전에도 홍어가 갑자기 많이 잡힌 적이 있지만 1500마리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선원 4명과 함께 850마리를 잡은 16t급 영진호의 심동열(52) 선장은 “홍도 북쪽 해상에 4일 전에 쳐 놓은 낚싯줄을 걷자 홍어가 엄청나게 걸려 올라왔다”며 “1987년부터 홍어잡이를 했지만 이번처럼 많이 잡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약 400마리를 잡은 18t급 한성호의 이상수(46) 선장은 “바닷속을 그물로 긁는 저인망 어선이 대폭 감소해 남획이 없어지고 금어기 운영으로 산란장이 보호돼 홍어 자원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흑산수협 이영무 상무는 “어선들이 홍어의 이동경로를 잘 찾아 주낙을 놓은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흑산도 근해는 수심이 200m 안팎이며 홍어는 바다 바닥에 산다. 홍어잡이는 미끼를 쓰지 않고 코바늘이 10㎝ 간격으로 달린 줄을 바다 바닥에서 약 20~30㎝ 높이에 철조망을 깔아 놓은 것처럼 쳐 놓는다. 홍어가 지나가다 몸체 등이 코바늘에 꿰이게 하는 것이다. 어선 한 척이 보통 길이 85~90m짜리 낚싯줄 700개 안팎을 놓는다. 흑산도에는 홍어잡이 배 7척이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총 3만8000여 마리를 잡아 모두 3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신안=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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