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GRT 건설 여부 12월 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26일 오후 2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난곡사거리. 왕복 4차로인 도로 옆으로 2개 차로를 넓힐 수 있는 여유 공간이 길게 뻗어 있다. 이 자리에 들어서 있던 건물들은 모두 철거됐다. 길 한편에서는 도로 확장을 위해 전신주를 뽑아내고 전선을 땅속에 묻는 작업이 한창이다. 공사안내판에는 ‘난곡신교통수단(GRT) 관악 휴먼시아~신대방역 사거리 확장공사’라고 적혀 있다. 공사는 2년 전인 2007년 말 시작됐지만 정작 GRT 도입 여부는 아직도 미정인 채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말 많은 난곡GRT사업의 추진 여부가 12월 초 판가름난다. 서울시 이영우 도시철도토목부장은 26일 “지난 6월 외부 연구기관에 맡긴 GRT사업 추진 관련 용역이 곧 마무리된다”며 “12월 초까지는 사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05년 난곡 GRT 계획을 발표하면서 난곡~신대방역 3.1㎞ 구간에 GRT만 다닐 수 있는 전용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토지보상비만 26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대에만 차량이 몰리고 낮에는 한산한 난곡길에 하루 종일 GRT 전용 차로를 두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최근 서울시에 제출된 중간 용역 결과에 따르면 난곡길 활용 방안은 ▶GRT 건설 ▶중앙 버스전용차로 설치 ▶6차로로 확장한 뒤 GRT나 버스전용차로 없이 운영 등 세 가지가 제시됐다.

서울시는 공식적으로 “주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안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GRT나 버스전용차로 없는 6차로 운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난곡길 주변 환경과 도로의 효율적 이용을 감안하면 GRT나 버스전용차로 도입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용역 관계자는 “난곡길은 3.1㎞ 구간에 교차로가 19개나 된다”며 “GRT나 중앙버스차로제를 도입하면 대부분 교차로에서 좌회전이 금지돼 차량이 좁은 이면도로로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큰 혼잡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주민은 당초 약속대로 GRT를 건설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강갑생 기자

◆GRT(Guided Rapid Transit)=70~80인승 규모의 차량이 전용 도로에 설치된 유도 장치를 따라 운행하는 교통수단. 난곡에 GRT가 들어서면 자동차로 30분가량 걸리는 난곡~신대방역 구간을 7~8분에 주파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