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김만수-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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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제5보 (90~113)〓흑▲로 인해 노도와 같던 백의 반격은 슬며시 잦아들었다. 흑▲같은 맥점은 마치 인체의 급소를 찌른 침과 같아 순식간에 효용이 나타다.

金4단도 이것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역시 괴로운 듯 입술을 깨물며 장고에 접어든다. 90부터 모조리 살리기로 결론을 내렸다.

상변도 미생이라 불안하지만 형세가 형세인지라 강수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

96으로 좌변은 완생. 흑이 97로 연결하자 98로 상변부터 도주하고 99의 급소엔 100, 102로 버틴다.

"집으로는 어느덧 어울렸다. 흑도 잘 둬야 한다. " (홍태선7단) 金4단은 집요하게 들러붙어 흑집을 휘저어 놓았고 좌하는 '가' 로 넘어 흑 '나' 엔 백 '다' 로 패를 하는 노림도 남겨놓았다. 이 정도면 趙9단도 꽤 몸이 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 백은 산지사방이 엷어졌으니 이제는 오직 36계 줄행랑이다. 검토실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재미있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趙9단의 추격은 103에서 109가 보여주듯 서두름이 없다. 멀리서부터 서서히 죄어드는 그 완강한 호흡 속엔 "너는 끝장" 이라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그러다가 111, 돌연 급습을 가해왔다.

불리한 백은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참고도' 백1로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게 기세다. 하지만 흑은 2로 가만히 뻗은 다음 백3으로 A의 준동을 막을 때 4로 몰아친다.

소리없는 탄식과 온몸을 쥐어짜는 장고가 거듭됐으나 결국 112로 물러서야 했다. 큰 피해였다.

바로 이 순간 역전에 대한 백의 희망도 소리없이 가라앉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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