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No, 선천적 시각장애인 유전자 치료로 눈 떠

중앙일보

입력

태어날 때부터 망막 이상으로 앞을 볼 수 없었던 선천성 시각장애인인 8살 어린이가 유전자 치료로 앞을 볼 수 있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 소아병원 세포및분자치료 센터 케서린 하이 소장은 유전 질환의 일종인 ‘레버 선천성 흑암시(LCA. Leber’s congenital amaurosis)’을 앓고 있는 어린이 5명과 성인 7명에게 유전자를 주입해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 연구지인 ‘란셋(Lancet)'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망막 이상으로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상실한 환자들의 망막에 빛 수용체를 만드는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자를 주입한 후 2년 동안 경과를 살피며 진행됐다.

그 결과 환자들은 유전자 주사를 맞고 2주 후부터 변화를 느끼기 시작해 희미하게 사물을 구별하거나 불빛을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다는 것.

연구진은 이들 환자들이 정상인과 동일한 시력 회복은 아니지만 최소 6명은 ‘법적인 시각장애인’ 진단 기준을 넘어서는 시력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자인 같은 병원 안과 알버트 매구어 교수는 “유전자 치료를 받은 아이들의 경우 정상 아동과 같이 걷거나 밖에 나가 노는 것이 가능할 정도”라며 “보조장치 도움 없이도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이 소장은 “유전자 치료 분야의 놀랄만한 연구 성과”라며 “선천성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었으나 유전자 치료로 빛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이 소장은 이어 “뿐만 아니라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 등 망막의 기능이 후천적으로 손상된 사람들 역시 유전자 치료를 통한 시력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매구어 교수는 “ LCA의 경우 태어나면서부터 시력이 점점 나빠지다 20대 이후에는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 선천성 질환이지만 아직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유전자 치료로 환자들의 망막 퇴화가 중단되는지를 관찰해 가까운 미래에는 다른 망막질환의 치료에도 이 치료법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치료에 사용된 유전자는 ‘RPE65’로 LCA 환자의 8~16%정도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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