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베이 맘스틴', 12월 첫 내한공연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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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만으로는 그 초고속 연주를 설명할 수 없다. 팔뚝 어딘가에 터보엔진을 장착하고 극한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타를 치는 사나이 잉베이 맘스틴(36). 그가 12월 4.5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

스웨덴 출신인 그는 20세를 갓 넘긴 84년 데뷔음반 '라이징 포스' 로 기타연주에 신기원을 열었다. 화마(火魔)에 휩싸인 기타가 그려진 음반 재킷 그대로, 불을 뿜는 듯한 속주에 팝계는 경악했다.

딥퍼플의 명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가 "내 시대는 갔다" 고 탄식했을 정도다.

맘스틴은 유려한 선율과 강렬한 피킹의 '마칭 아웃' (85년), 러시아 레닌그라드 실황을 담은 '트라이얼 바이 파이어' (89년)등을 잇따라 터뜨리며 80년대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군림했다.

그의 연주는 빠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바흐.비발디 등 바로크 대위법을 재해석해 집어넣었고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주법도 도입했다. '바로크 메탈' '클래식 메탈' 같은 용어가 탄생했다.

그러나 맘스틴은 90년대 들어 급격히 몰락했다. 화려하고 완전무결한 연주방식에 사람들이 싫증을 낸 것이다. 급변한 음악환경도 원인이 됐다. 테크닉 위주의 메탈이 강세였던 80년대와 달리 90년대엔 꾸밈없는 모던록이 주류로 뜬 것이다.

맘스틴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96년 발표한 음반 '인스피레이션' 은 종전의 스타일과 전혀 달랐다. 딥 퍼플의 '차일드 인 타임' '데먼스 아이' , 지미 헨드릭스의 '매닉 디프레션' '스패니시 캐슬 매직' 등 다른 가수들의 곡으로 채운 리메이크 음반이었다.

절대로 남의 곡을 연주하지 않던 맘스틴으로선 의외의 행동이었다. 그는 이 음반에서 블루스 냄새 짙은 주정적 주법을 선보였다.

이어 97년 음반 '페이싱 디 애니멀' 에서는 천등같은 타법으로 유명한 드러머 코지 파웰을 영입해 리듬감을 보강했고 98년 봄에는 체코 필하모닉과 협연한 '밀레니엄' 으로 본격 클래식을 선보이는 등 변신에 대한 노력은 계속됐다.

최신 음반 '알케미' 는 빠르고 강력한 연주 스타일이 '라이징 포스' 시절로 돌아간 듯 하지만 한결 성숙한 느낌을 내고 있다.

"빠르고 화려한 것보다 곡의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는 그의 말은 모든 예술, 모든 삶에 적용되는 진리다.

이번 공연에선 약관의 젊은 나이에 데뷔, 인기와 부침을 겪은 후 재도약을 시도하는 기타 영웅의 음악세계가 2시간30분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02-736-3065.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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