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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역질서' 시대] 4.끝 한국의 전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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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단기적으로 대중(對中) 수출과 투자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장기적으로 제3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가장 시급한 것은 이달말부터 시작되는 뉴라운드 협상에서 중국을 활용한 협상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WTO에서 '개발도상국의 맹주' 로 나서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농산물 협상〓뉴라운드 최대쟁점인 농산물 협상에서 중국의 향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은 95년까지 농산물 수출이 수입보다 많았지만 97년에는 수출 1백34억달러.수입 1백60억달러로 농산물 수입물량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중.미 합의에서 농산물 관세를 22%에서 14%대로 인하키로 함에 따라 중국이 그동안 관세인하를 주장해온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경식 산업자원부 아주협력과장은 "중국의 WTO 가입으로 공산품 분야에서 시장개방의 이득이 있는 반면 농산물 분야에서는 한국의 입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지적했다.

한홍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이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에 상당히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며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의 개선을 강력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 반덤핑〓외교통상부는 중국이 세계에서 반덤핑 제소를 가장 많이 당한 나라인 만큼 현행 반덤핑 제도를 개선하자는 한국과 동일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덤핑 분야에 대한 협상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협상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기 힘든 만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수 외교통상부 다자통상협력과장은 "중국이 한국의 반덤핑 규제에 대해서도 향후 WTO 등에 제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제도의 신중하고 투명한 운영이 더욱 요구된다" 고 지적했다.

◇ 공산품.서비스〓중국은 공산품에 대해 점진적 자유화를, 한국은 큰 폭의 관세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우리의 대중 주력수출품들은 현재 고관세 품목이 대부분이어서 미.중 합의에 따라 관세율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05년 이후에나 수출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며 그동안 국내 수출품목의 고급화.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대중 투자에 있어 "앞으로 유통.광고.판촉자문.물류.통신.건설 등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서비스 시장의 진출을 노려야 한다" 고 지적했다.

◇ 한국시장에 미칠 영향〓농산물.저가소비재.모조품 등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옥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부여받은 만큼 농산물 시장개방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무역적자 해소 차원에서 농산물 수출 판로확대를 주장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김익수 고려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대두.참깨 등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증가할 것" 이라며 "앞으로 미질(米質)이 비슷하고 수송비가 싼 중국이 쌀의 주요 공급자로 등장할 전망" 이라고 언급했다.

전재욱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산품도 중국의 관세인하에 따른 수입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수송장비.섬유.의류.전기.전자제품 등의 수입이 20~1백%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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