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 어떻게 읽나요?…대답따라 세대구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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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요즘 최고의 유행어인 'DDR' . '댄스 댄스 레볼루션(춤의 혁명)' 의 약자로 컴퓨터 화면 앞에 서서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화살표를 따라 춤 스텝을 밟는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기를 말한다. 이는 일본 고나미사가 제작한 것으로서 지난 6월 국내에 들어와 인기몰이를 계속 중이다.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백 댄서' 가 최고의 인기직업으로 떠오른 직후에 닥친 것이라 그 확산속도는 무척 빨랐다. 'DDR 신드롬' 을 만들어낼 정도라니 그 열기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최근 그것은 '펌프' (펌프 잇 업)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DDR를 '왜색' 으로 간주, 순수 국산품 펌프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고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DR' 란 용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은 제각각 다르다. 우선은 이를 '딴따라' 로 읽어버리는 30~40대. 대중을 즐겁게 해주면서도 푸대접을 받던 연예인을 일컬어 오래 전부터 '딴따라' 라고 했는데 80년대에 들어서는 이게 'DDR' 로 통했던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 일각에선 이를 '등따라' 로 풀이하기도 한다. 재작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BJR' (배째라)가 최고 유행어로 번질 무렵, 우리 신세대들이 'DDR' (등따라)라는 신조어로 맞대응을 했던 것.

게다가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 'DDR' 하면 '더블 데이트 레이트' 반도체 , 즉 차세대 고속반도체의 한 종류를 먼저 떠올리기 일쑤다. 심지어 'DDR' 를 놓고서 지금은 소멸하고 없는 옛 동독을 거론할 정도의 '식자(識者)' 도 있다.

'도이치 데모크래틱 리퍼브릭' , 즉' DDR란 국호로 국제 스포츠무대를 휩쓸던 기억을 되새기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DDR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세대구분이 가능하다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다. 가령 '디디알' 하면 10대, '댄스 댄스…' 로 나가면 20대, '딴따라' 운운하면 30대 이상으로 올라서고 만다.

몇년 전 댄스음악그룹 'H.O.T' 를 놓고서 '에쵸티' 하면 10대, '에이치 오 티' 하면 20대. '핫' 하면 '아저씨' 가 돼버리던 것과 흡사하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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