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소각로, 세금만 태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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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전시 동구 효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소각로는 지난해 9월 이후 단 한차례도 사용되지 않았다.

시간당 95㎏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이 소각로는 아파트 시공회사가 1천5백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지만 주민들이 입주한 뒤에 고철로 변해 버렸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신윤석(辛允錫.43)씨는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들었고 매연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을 우려해 가동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전국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소형 쓰레기 소각로 4백47개 대부분이 방치된 채 고철로 변해 가고 있다.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발생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아예 가동하지 않거나 몇번 쓰다가 고장나면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소각로 중 상당수는 지자체 예산으로 지어져 국민의 아까운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전시의 아파트 단지 소각로는 모두 16개. 이 가운데 10곳은 현재 작동이 중지된 상태다. 나머지 6개도 간간이 나오는 폐가구 등을 태우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대전시 동구 가오동 가오주공아파트 등 6개 단지 소각로는 해당 지자체의 예산 지원(개당 2천여만원)을 받아 건설됐다.

강원도 원주시 동보렉스아파트 소각로도 95년 11월 원주시에서 2천4백만원을 지원받아 설치했으나 지난 3월 고장난 뒤 8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강원도 내 30개 간이 소각로 중 5개는 아예 가동되지 않는다.

경기도에선 군포시 65곳 중 21곳, 성남시 1백3곳 중 25곳, 남양주는 7곳 모두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시 20여곳의 소각로도 가동중단 상태. 전국의 지자체들은 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아파트 건설회사 등에 소각로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예산까지 지원했다. 쓰레기 처리 비용 부담으로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분리수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들었고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매연 등에 대한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관계자는 "가동이 중단된 것도 큰 문제지만 현재 가동되고 있는 소각로도 내년 10월부터 다이옥신.먼지 배출기준 등에 대한 대기환경보전법의 규제를 받아 사실상 모두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이찬호.정찬민.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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