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은 과연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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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두 가지만 주세요. 준길이 마음과 핸드폰”(이한솔)

한 어린이가 야후의 어린이 사이트 ‘꾸러기’ 게시판에 올린 어린이날 선물목록이다. ‘준길이’가 누구일까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아이들이 어린이날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뭘까?

‘꾸러기’ 게시판에는 “어린이날 선물받고 싶은 것은?”이라는 주제로 회원들이 글을 올리고 있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휴대폰, 강아지,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엠파스에서 1천720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도 핸드폰이 56.0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애완동물(17.03%), 디지털카메라(16.05%)가 뒤를 이었다.

“전 우리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김현빈)라는 생각깊은 어린이도 있다. “여러분들은 핸드폰이나 최신 컴퓨터라고 하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족과 사랑이 있으면 만족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오빠만 챙기시지요. 왜 이리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장한비)라는 글들은 보는 어른을 짠하게 만든다.

“책. 전 5학년이거든요, 실망했죠?”(김승하)라는 글은 ‘애들은 핸드폰이나 게임기를 원하겠지’ 하는 어른들의 통념을 야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어린이 사이트 ‘쥬니버’에서는 “내가 어린이날을 만든다면?”이라는 주제로 회원들의 글의 공모하고 있다.

대다수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는 ‘어린이는 놀이공원 공짜’, ‘어린이는 패밀리 레스토랑 공짜’다.

그러나 배려를 강조한 어린이들도 있다. “동네에서 축제를 열어 자신의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이에게도 작지만 편지와 간식을 주면 어떨까요?”(아이디 betty2614) “어린이날에 소외되고 버림받은 아이들이 이 날만이라도 얼굴에 웃음이 새겨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빠가사리)

맞벌이하는 부모 대신 동생을 챙겨주고 싶다는 중학교 3학년생의 글도 있다.

“저희 집은 엄마 아빠가 일을 다니셔서 어린이날까지도 직장에 나가셔야 해요. 제가 제동생과 바쁘신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가고 싶은데. 어린이날만큼은 벌써부터 학교와 학원에 시달리고 있는 동생을 즐겁게 해 주고 싶어요”(psj6650)

‘어른들은 선물밖에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린이날 되기 전에 말만 조금 안 들어도 너 자꾸 그러면 어린이날 선물 없다면서 막 뭐라고 하쟎아요. 어른들은 어린이날엔 어린이에게 선물만 주면 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날엔 하루만이라도 우리 얼굴에 웃음이 가득 담기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kkolim123)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일찌감치 철든 한 5학년 여자아이의 글.
“어린이날이라도 저는 그냥 평상시로 생각합니다. 저도 놀러가고는 싶지만 워낙 형편이 안 좋기 때문에… 저는 운동을 하러 갈 것입니다. 저는 조금 못 살지만 다른 어린이와 똑같이 생활하고 엄마에게 사랑받고 다 똑같은 어린이입니다. 아무리 어린이날이라도 엄마와 못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어린이날 부모님과 없었던 사람은 ‘왕따’를 시킵니다. 어린이날 부모님과 같이 있고 놀았다고 그렇게 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아이디 hcwek200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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