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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 '그 여자'로 연극무대 복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한 편의 드라마였다. 완숙기의 배우에서 장관으로의 변신, 그리고 뜻하지 않은 실수로 한달 만에 낙마(落馬). 짧고도 긴 인생의 폭풍우에 휘말렸던 '그 여자' 손숙이 무대로 복귀했다.

극단 산울림 창단 30주년 기념으로 16일부터 2000년 1월 23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모노드라마 '그 여자' (오증자 극본.임영웅 연출). 그와 함께 산울림 여성연극을 주도했던 트로이카 박정자.윤석화로부터 바톤을 받아 당초 8월에 공연하기로 했지만 손숙의 입각으로 무기한 연기된 끝에 선보이는 곡절 많은 작품이다.

지난 봄 연극계를 떠나면서도 "내가 뭐 장관을 평생하나요, 언제라도 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연극을 해야지요" 라면서 "나는 언제나 배우" 를 강조하던 그 여자가 정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세파에 시달리던 여자가 친정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는게 그의 무대복귀 일성(一聲)이다.그 말에는 과거는 이제 잊었다는 뜻이 담긴 듯하다.

'그 여자' 는 사실 제목만 생소할 뿐 잘 알려진 작품이다. ' 지난 86년 산울림에서 초연해 중년 여성관객을 소극장으로 끌어모았던 시몬느 드 보봐르 원작의 '위기의 여자' 를 손숙의 1인극으로 새롭게 각색한 것. 위기 앞에서 한없이 무너지는 여자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을 추스리는 여자라는 뜻에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 여자' 는 22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에게 어느날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한 중년여성의 절망에서 시작한다. '나의 사랑은 진실이었나' '행복은 허상이었던가' 하는 회의에 빠져들지만 결국 미래를 향한 구원의 문은 스스로 열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연극에서나 실제 인생에서나 문은 결국 스스로 열어야 하는 법이다. 02-334-5915.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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