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MS사 독점" 판정 파란] '윈도 신화'가 금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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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연방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행태를 '독점' 으로 판정함에 따라 MS의 소프트웨어 시장 제패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판정이 최종 판결은 아니더라도 판결에 준하는 성격을 지닌 것이어서 세계최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이자 최첨단 기술기업인 MS의 운신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장 MS의 주가는 판정 발표 직후 5%가 떨어져 '끝까지 싸우겠다' 는 MS의 결전의지를 무색케 했다.

이번 판정은 또 MS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하이테크 기업들의 전략과 시장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 판정 내용〓소송에서 제기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MS의 주장을 무시하고 미 법무부의 입장을 인정했다. 우선 개인용 컴퓨터(PC)시장에서 MS가 독점적 지위에 있음을 확인했다.

PC 운영체제(OS)의 90% 이상을 MS의 윈도스가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 때문에 신규업체가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장벽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또 ▶MS가 윈도스에 자체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 를 끼워팔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박탈했고▶넷스케이프.IBM.컴팩.인텔.애플 등 경쟁사에 자사 핵심 제품을 위협할 만한 신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으며▶컴퓨터의 고장 가능성을 높인 일체형 소프트웨어제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의 이익을 해쳤다고 인정했다.

◇ 판정의 의미〓그동안 빠른 기술발전을 이유로 독점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간주되던 하이테크산업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반독점법을 적용하겠다는 선례를 남겼다.

윈도스의 시장 석권이 앞선 기술과 소비자들의 선택이 맞아 떨어진 결과이지 경쟁을 일부러 막은 게 아니라는 MS의 주장을 일축하고, '결과적인 독점도 독점' 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독점력을 이용한 가격인상 등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가 없는데도 경쟁제한이 소비자에게 간접 손실을 가져온다고 판단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그동안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만을 인정하던 법원의 반독점법 해석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경쟁업체가 창의력을 발휘할 틈이 없을 정도로 한 업체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면 그것도 독점의 폐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판정은 한 분야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MS가 윈도스의 위세를 업고 인터넷 브라우저 분야의 선발업체인 넷스케이프를 고사시킨 것은 분명한 독점력의 남용이라는 것이다.

◇ 앞으로의 파장〓이번 판정으로 MS는 성장세가 다소 위축되는 반면 경쟁업체들은 상당히 고무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MS가 자랑하는 운영체제 쪽에서도 리눅스(LINUX)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네트워크컴퓨터(NC), 3컴사의 팜톱, 애플의 아이맥 등 윈도스를 채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그동안 선발 거대 기업의 위세에 눌려온 신생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들의 몸값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만 있으면 거대 공룡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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