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동 각본·연출 '이색' 영화만들기…성환영·원종두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영화는 제작 과정의 속성상 여러 스태프들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연출을 공동으로 하는 일은 드물다.

미국의 코엔형제(조엘 코엔.에단 코엔)도 함께 각본을 쓰지만 형인 조엘이 감독을, 동생인 에단이 제작을 맡는다.

단편영화 '새벽' (16㎜.칼라.6분)과 '피스톨' (16㎜.흑백.7분30초)를 함께 만든 성환영(29).원종두(28)감독. 국내 영화계에서는 드물게 각본과 연출을 같이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익명의 두 연인의 만남과 헤어짐을 소재로 인물묘사 대신 상황과 사랑과 이별.죽음 등의 이미지를 빠른 호흡으로 교차시킨 '새벽' 과 총에 대한 환상을 액자식 구성으로 꾸며 흑백의 강한 대비를 강조한 '피스톨' 은 각각 '인디포럼99' 와 최근 독립영화상영회를 통해 처음 선보여 '감각적인 영상과 간결한 구성이 돋보인다' 는 평가를 받아냈다.

'새벽' 은 성씨가, '피스톨' 은 원씨가 각각 아이디어를 냈지만 두 사람은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고 연출하는 등 제작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영화 못잖게 음악에 관심이 많고 '행동파' 인 성씨와 독특한 정서를 갖고 있고 '사색파' 인 원씨의 감성이 서로 영화만들기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재미를 더한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94년 '영화가 좋아서' 찾은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에서 우연히 회원으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보고 이론공부를 하다 직접 카메라를 만지는 경험을 나누며 우정을 쌓았다.

"하루에 4편을 보아도 머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영화보는 일이 정말 좋았다" 고 말하는 그들은 지금 문화학교 서울에 속한 제작모임인 'CP16R' 의 식구다.

제작비는 각각 건축설계사무소(원씨)와 촬영 현장(성씨)에서 틈틈이 스태프로 일하며 번 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내년 초엔 20분짜리 영화 '라보엠' 을 만들 계획인 이들은 앞으로 장편영화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