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제작 과정의 속성상 여러 스태프들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연출을 공동으로 하는 일은 드물다.
미국의 코엔형제(조엘 코엔.에단 코엔)도 함께 각본을 쓰지만 형인 조엘이 감독을, 동생인 에단이 제작을 맡는다.
단편영화 '새벽' (16㎜.칼라.6분)과 '피스톨' (16㎜.흑백.7분30초)를 함께 만든 성환영(29).원종두(28)감독. 국내 영화계에서는 드물게 각본과 연출을 같이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익명의 두 연인의 만남과 헤어짐을 소재로 인물묘사 대신 상황과 사랑과 이별.죽음 등의 이미지를 빠른 호흡으로 교차시킨 '새벽' 과 총에 대한 환상을 액자식 구성으로 꾸며 흑백의 강한 대비를 강조한 '피스톨' 은 각각 '인디포럼99' 와 최근 독립영화상영회를 통해 처음 선보여 '감각적인 영상과 간결한 구성이 돋보인다' 는 평가를 받아냈다.
'새벽' 은 성씨가, '피스톨' 은 원씨가 각각 아이디어를 냈지만 두 사람은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고 연출하는 등 제작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영화 못잖게 음악에 관심이 많고 '행동파' 인 성씨와 독특한 정서를 갖고 있고 '사색파' 인 원씨의 감성이 서로 영화만들기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재미를 더한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94년 '영화가 좋아서' 찾은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에서 우연히 회원으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영화를 보고 이론공부를 하다 직접 카메라를 만지는 경험을 나누며 우정을 쌓았다.
"하루에 4편을 보아도 머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영화보는 일이 정말 좋았다" 고 말하는 그들은 지금 문화학교 서울에 속한 제작모임인 'CP16R' 의 식구다.
제작비는 각각 건축설계사무소(원씨)와 촬영 현장(성씨)에서 틈틈이 스태프로 일하며 번 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내년 초엔 20분짜리 영화 '라보엠' 을 만들 계획인 이들은 앞으로 장편영화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