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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피해 줄이는 올바른 운전요령] 핸들과 충분히 거리 유지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9천 명의 사망과 11조원의 재산피해.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최근 발표한 98년 교통사고 통계분석의 결과다.

88년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1만 명을 밑돌았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높은 수준. 전문가들은 안전벨트착용, 음주운전금지 등 안전수칙의 준수는 물론 바람직한 운전습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운전습관을 살펴본다.

◇ 모의운전의 생활화〓내가 잘해도 남의 탓으로 봉변을 입을 수 있는 것이 교통사고의 속성.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교통과학연구원이 운전자 14명을 대상으로 도로에서 돌발사고를 예고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간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을 분석한 결과 0.19초의 차이가 났다. 시속 60㎞ 속도에서 3m가 넘는 제동거리의 차이다.

교통과학연구원 신용균(愼鏞畇)수석연구원은 "주행 도중 옆 차가 갑자기 끼여들 때 핸들을 중앙선으로 꺾지 않겠다는 식의 마음다짐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겨울철 빙판길에서 발로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기어를 이용한 엔진브레이크를 걸어야한다는 것은 운전자의 상식.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상황에 대비해 평소 손으로 기어를 조작해 엔진브레이크를 걸어봐야 한다.

◇ 핸들보다 브레이크〓돌발 상황에서 핸들을 꺾기보다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안전하다. 사고를 피하려고 핸들을 돌리면 경미한 접촉사고로 끝낼 일이 중앙선 침범으로 더 큰 사고가 될 수 있다.

평소 브레이크를 얌전하게 밟는 운전자라면 돌발사고에 대비해서 급브레이크 연습을 해두는 것도 좋다. 급브레이크의 문제는 차량이 회전할 수 있다는 것. 愼연구원은 "ABS가 아닌 보통브레이크라면 두 번에 나눠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좋다" 고 조언했다.

◇ 과속은 절대 금물〓대부분의 사망사고는 과속이 원인. 또 과속은 가해차량보다 피해차량의 손해가 더 크다.

고속차량과 저속차량이 서로 충돌하면 처음 충격량은 같지만 충돌 후 고속차량은 속도가 떨어지는 반면 저속차량은 원래 속도보다 빨라져 다른 차량이나 장애물에 부딪힐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최근 남산3호터널 앞에서 과속음주차량에 의해 피해차량에 타고 있던 4명이 사망했지만 가해차량 운전자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

비가 올 땐 특히 주의해야한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사고조사과 한창평(韓昌平)연구원은 "비가 오면 제한속도가 20% 낮춰지므로 서울시내 4차선 미만의 일반도로는 시속 68㎞만 넘어도 교통사고특례법 10개항에 포함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고 충고했다.

◇ 운전자세도 주의해야〓운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한 핸들과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시속 60㎞만 넘어도 차량 본네트가 운전석으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트럭이나 승합차 운전자는 주의해야한다. 충북대병원 정형외과 김용민(金容民)교수가 최근 중국에서 열린 세계교통의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 차량은 운전공간이 비좁고 충격흡수장치가 약해 경미한 충돌에도 다리가 끼이는 손상이 잦다는 것.

金교수는 "승합차 사고운전자 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8차례 수술로 2백일간 입원해야 했다" 고 강조했다. 핸들은 두 손을 이용해 2시와 10시 방향으로 잡도록 하며 목받침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운전석 등받이는 직각보다 20~30도 가량 뒤로 기울이는 것이 좋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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