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노련한 허정무감독, 중국기자들 관심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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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중 양국의 올림픽 축구팀 사령탑을 맡아 엄청난 부담감 속에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허정무 감독과 후튼 감독.

한.중전을 하루 앞둔 28일 두 감독은 나란히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감독은 필승을 다짐했지만 인터뷰 중간중간에 드러난 두 감독의 개성과 철학이 언론들에 의해 대조적으로 묘사돼 흥미롭다.

양국 언론이 본 두 감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중국 기자들의 눈에는 허정무 감독이 매우 영리하고 임기응변에 능한 것으로 비친다.

일본과의 평가전 2연패로 궁지에 몰렸던 허감독이 중국과 바레인을 연파하고 2조 선두에 나선 것이나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던' 고종수를 중국 원정 직전 전격 합류시켜 중국 진영을 혼란케 만든 것 등이 강한 인상을 준 듯하다.

심지어는 허감독이 공언한 고종수의 선발 기용조차 '연막' 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중국 기자들은 허감독의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한국 기자들을 쫓아와 "고종수가 진짜 선발로 뛰느냐" 고 재차 묻곤 했다.

한 중국기자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지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아픈 곳을 찔러도 "경기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법" 이라며 은근슬쩍 핵심을 피해가는 노련미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후튼 감독은 원리원칙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전형적인 영국신사의 이미지로 한국 언론에 비춰지고 있다.

그의 면모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지난 10월 3일 한국과의 1차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다.

그는 "신병호의 골이 노골 같으니 상급기관에 제소하는 게 어떠냐" 는 질문에 "결과가 바뀌지도 않을 것인데 할 필요 없다" 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28일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이 그동안 가꿔온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한국을 이겨보겠다며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주위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한장밖에 주어지지 않는 시드니행 티켓. '젊은 지략가' 와 '노신사' 의 이미지를 풍기는 두 감독은 이제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이게 됐다.

상하이〓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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