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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합작품' 잇따라 탄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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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내 최대 배기량을 자랑하는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이 차를 개발할 때 현대는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엔진의 설계.개발은 공동으로 맡았고, 디자인.외장 등 자동차의 틀은 현대가, 자동차의 뼈대 격인 섀시는 미쓰비시가 각각 분담했다.

반대로 이 엔진은 미쓰비시의 초대형 승용차인 '드보네어' 신형 개조모델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현재 공동 개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그랜저도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했지만 당시 주요 기술은 거의 일본에서 전수받았으나 에쿠스 때는 대등한 분업과 협업이 이뤄졌다" 고 평가했다.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이 손잡고 만드는 '글로벌 프로덕트(세계제품)' 들이 최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예전의 단순 하청생산 방식이나 단독 개발.수출방식에서 벗어나 제품의 기획.개발단계에서부터 국내외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때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도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직은 전자.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업종에만 국한돼 있지만,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앞으로 이런 형태의 국제 협업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희대 경영학과 신건철(辛建澈)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이 확보돼야 한다" 면서 "미국처럼 기업.학계.연구소.정부가 기술력 향상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원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SK텔레콤은 최근 AT&T.NTT도코모 등 세계적인 이동전화 업체 6개사와 2002년 보급될 차세대 개인휴대영상전화(IMT2000)를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SK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디지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휴대폰서비스를 세계 처음 시작했고, 1천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력을 높이 산 것.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LWO전자레인지는 미국 GE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동개발의 산물이다. 이는 가스.전자파 대신 돋보기로 모은 빛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조리시간을 3분의 1로 줄이는 최첨단 방식이다.

LG연구소에서 이뤄진 개발 작업에 GE연구원이 합류했고 양사는 지난달 향후 5년간 4억달러어치의 LWO를 LG가 GE에 공급하면 미국에서 GE브랜드로 팔기로 합의, 양산에 들어갔다.

LG로선 GE의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국제적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고, GE는 새 제품으로 이미지를 키울 수 있는 것이 이점. 램버스 D램용 초소형 양면 기판은 삼성전기.LG전자의 생산능력과 미국 벤처기업인 테세라사의 첨단기술이 결합해 탄생한 글로벌 제품. 삼성은 3월, LG는 10월 국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로 테세라와 각각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과 LG는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벌고 테세라사는 제품당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 '윈-윈 게임' 인 것이다.

◇ 전망과 대책〓전경련 경쟁력 강화팀의 김보수 팀장은 "부품의 글로벌 소싱화가 보편화 되는 데다 상품의 개발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경을 초월한 공동 개발.생산방식은 갈수록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팬택의 박병엽 사장은 "다국적 기업의 하청기지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윈.윈게임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게 글로벌화 성공의 비결" 이라고 말했다.

이원호.신성식.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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