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부시 재선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미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1월 2일 대선에서 재선될 수 있을까. 미 역사상 첫번째 부자 대통령이었던 제2대 존 애덤스와 제6대 존 퀸시 애덤스는 모두 단임이었다. 따라서 부시가 재선된다면 새로운 기록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부시의 재선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따로 있다. 9.11테러 이후 펼쳐진 부시의 외교정책이 워낙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부시의 재선 여부에 따라 국제질서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다음은 대선의 성패를 가를 부시의 강점과 약점이다.

◆ 부시의 4대 강점=먼저 미국 사회의 보수화 바람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달리는 말의 기수(騎手)를 바꾸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전쟁을 수행 중인 대통령이라는 이점이 있다.

둘째로 부시는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CNN과 갤럽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강력한 지도자냐라는 질문에 대해 유권자의 54%는 부시 대통령을 꼽았다. 민주당 존 케리 후보라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1976년 민주당 출신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약 30년간 연약한 느낌을 주는 지도자는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없다.

셋째로 부시는 현직 대통령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대통령 선거 사상 최대액수인 2억달러(약 2400억원) 이상의 선거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공화당이 미 전역에서 쏟아붓는 TV광고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마지막으로 경쟁자인 민주당의 케리 후보가 비교적 약체라는 점이다. 60년대 초 민주당 존 F 케네디 이후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

◆ 부시의 3대 약점=해결책이 안 보이는 이라크 문제가 가장 크다. 미군 사상자는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라크가 내전상황에 빠져들면 미 유권자들은 곧바로 베트남전의 악몽을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소걸음을 걷고 있는 경제회생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29일 "부시 대통령은 대공황을 맞은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후 재임 기간 중 단 한자리도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면서 "오는 11월 부시 행정부 전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셋째는 부시를 증오하는 유권자도 갈수록 늘어간다는 점이다. '미국은 제2의 내전 중'(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이라는 표현처럼 미국은 완전히 분열됐고, 부시에 대한 절반의 유권자들의 거부감은 갈수록 커져간다.

◆ 변수는 있다=열쇠는 오사마 빈 라덴이 갖고 있다. 대선 직전 빈 라덴이 붙잡히면 부시에겐 큰 호재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대선 전 9.11과 비슷한 또 다른 대형테러가 터질 경우 그게 부시와 케리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할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