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도 더 쪼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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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계 소득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소비는 좀처럼 늘어날 조짐이 없다. 목돈이 들어가는 가전제품이나 가구 구입은 거의 하지 않고 불가피한 지출만 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돈은 세금.연금을 내거나 빚을 갚고 저축하는 데 썼다.

30일 통계청의 '2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들의 소득은 1년 전보다 14만원(5%) 늘었지만 소비는 5만원(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 평균 297만원을 벌어 194만원만 썼다.

물가가 오른 것까지 감안하면 소득은 쥐꼬리(1.8%)만큼 늘었고, 소비는 오히려 0.8% 줄었다. 특히 월 평균 실질 소비 지출은 170만원으로 200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씀씀이는 최대한 줄였다. 가구나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제품 구입비는 30% 이상 감소했다. 신발과 옷 구입비, 집 수리 비용, 오락기구 구입비, 경조사비 등도 1~15% 줄었다.

농산물값이 오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식료품비가 7% 이상 늘었지만 기호식품 소비는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교재비는 47% 줄었고, 지난해 40% 늘어났던 사교육비는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낄 돈이 있는 가구는 다행이다. 도시 근로자 가구의 22.8%는 적자 상태였다. 특히 소득을 기준으로 하위 20%에 해당하는 계층은 매달 11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는 179만원 흑자였다. 그러나 이 계층이 사용 가능한 소득 중 실제로 소비한 돈의 비중(소비 성향)은 62.5%에 그쳤다.

살림살이는 이렇게 어렵지만 꼬박꼬박 내야하는 세금.연금 부담은 더 늘었다. 1년 전 월 8만8000원 내던 세금은 9만7000원으로 10% 늘었다. 공적 연금도 1년 전보다 8% 더 내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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