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폭로 정형근의원 與 법적대응 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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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강래(李康來)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언론통제 문건 공개와 관련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을 밝힘에 따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원.검찰 등 법조계는 대체로 "李전수석이 고소를 한다해도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인 면책특권이 인정돼 기소 자체가 어렵다" 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문제의 자료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작성자에 대해 명예훼손교사죄.문서위조죄 등을 적용할 수 있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고 규정, 불체포특권과 함께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국회가 정부에 대한 정책통제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법원 판례도 면책특권 대상 발언을 토론.연설.질문.사실의 진술 등 사실상 모든 의사표시로, 발언 장소도 국회의사당으로 제한하지 않아 면책특권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대통령의 경우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못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국회의원은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아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도 면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고 말했다.

이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의원과 유성환(兪成煥)전 의원의 경우.

秋의원은 97년 11월 국회예결위 질의에서 "부산에 있는 한 건설업체가 초고층 아파트 건설사업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받은 수백억원 중 일부가 모 대선후보의 경선자금과 신당창당 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다" 고 주장, 국민신당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나 검찰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또 86년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 는 국시(國是)파문을 일으켰던 兪전의원은 자료를 미리 기자실에 배포했다는 논리로 기소까지 됐지만 대법원은 92년 9월 발언의 제한 범위를 폭넓게 해석, '기소할 수 없는 사안' 으로 보고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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