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아이들 영어 공부 책임지는 전투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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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수신면 백자2리 아이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손 상경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동현(12·가명)이는 요즘 학교수업이 끝나면 마을 회관으로 달려간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하는 영어 연극연습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동현이와 함께 연습하는 지훈(12·가명)이도 이 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마찬가지. 친구들과 함께 영어도 배우고 재밌는 연극연습도 한다.

천안시 수신면 백자2리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천안 수신초등학교에 다니던 5명의 아이들이 천안 수신성남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손민균 상경(2610전경대 소속)에게 영어 연극을 배우면서부터다.

동현이와 지훈이 등 이곳에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조부모·편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다른 아이들과 싸움이 잦아 따로 공부를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학교생활도 좋아지고, 학습능력도 나아졌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손 상경은 중학교 때 미국 로스엔젤레스(Josehp Le Conte middle school)에서 2년간 유학했다. 이 때 다져진 영어 실력으로 고등학교 때 영어연극을 하기도 했다. 손 상경은 나사렛대에서 열린 영여연극대회에서 우수상을 타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재밌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던 이들에게 작지 않은 고민이 생겼다. 학교에서 학생 능력평가로 이들이 연극연습을 할 장소가 없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손 상경과 아이들은 요즘 백자2리 마을회관에서 연극 연습은 빼고 영어 공부만 하고 있다. 또 손 상경이 파견근무 중이기 때문에 원래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고민도 갖고 있다.

영어 공부를 배우는 한 아이의 할아버지인 조중선(66)씨는 “파출소 근무도 힘들텐데 근무를 마치고 이렇게 아이를 가르쳐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며 “계속 공부를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손 상경은 “처음에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실제로 학교생활도 많이 좋아져 학교에서도 좋아한다”며 “계속 가르치고 싶지만 부대로 복귀해야 해 아쉽다”고 말했다.

공부를 제안한 명승제 수신성남파출소장은 “아이들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정서 불안이 적어지고 성적도 나아졌다”며 “이로 인해 소외감 해소와 탈선 예방 효과도 있다”고 자랑했다.

글·사진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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