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국내기업등 해외농장 '전북만한 규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국내 대기업.정부투자기관과 개인이 미국.캐나다.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세계 16개국 44개 지역에서 85만㏊(약 25억7천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농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라북도 면적과 맞먹는 규모.

아직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한 곳도 적지 않지만, 일부는 이미 경작에 들어가 적잖은 수확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제농업개발원과 배재대 등에 의뢰, 조사한 '남북한 공동 해외농업개발 추진방안' 보고서에서 집계됐다.

국제농업개발원의 이병화 원장은 "남북한 모두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발 수입이 불가피한 실정" 이라며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중국을 중심으로 해외농장을 조성하고 활성화시키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말했다.

한국의 해외 농업개발은 지난 78년 당시 외무부와 해외개발공사가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한 이후 조금씩 확대돼 왔다.

◇ 현황 및 실태〓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는 지난해 러시아 극동지역에 여의도의 14배 규모인 4천㏊를 무상임차 형식으로 확보, 이 가운데 8백㏊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선 한인동포지원 차원에서 연해주의 고려인 식량공급을 목적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러시아 지역에는 남양알로에가 호롤스키라이온에서 8천4백㏊ 규모의 농지를 50년간 경작키로 하고,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된 벼 1백80t을 최근 북한을 통해 구상무역을 하기도 했다.

대우도 우즈베키스탄에 페리카나 농장(1천6백50㏊)을 임차형식으로 확보, 이 가운데 1백65㏊를 이미 농경지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초지상태로 남아 있다.

이 농경지에서는 주로 채소류를 재배해 인근의 호텔과 대우자동차 직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해외 농경지를 확보한 것은 폴란드의 축산용 땅 이외에는 없다" 며 "알지 못하는 사실" 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한 재일동포와 일본의 미쓰이상사가 공동(50대50)으로 메콩강 하류인 메콩델타지역의 약 3천㏊에서 인디카 쌀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밖에 농촌지도자중앙회. 발해영농개발사업단 등이 러시아 지역 13곳과 아르헨티나 8곳, 중국 5곳, 칠레. 파라과이. 자이르. 리비아에 각각 1곳씩 농지를 확보해 놓았다.

◇ 실패한 곳도 많다〓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에는 지난 5공 시절 포항제철이 새마을운동본부에 3백만달러를 지원해 해외 새마을기지를 구축, 십자성농장(5천㏊)과 아리랑농장(7천㏊)을 개발하고 콤바인과 트랙터 등 농기계까지 구비했었다.

포철은 이 농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감독관까지 파견해 활성화를 모색했으나 경쟁국의 방해 등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SK그룹이 미국의 워싱턴 농장(1천6백㏊)에서 한때 밀을 경작했으나 다국적 곡물메이커들의 훼방 때문에 개발이 중단됐다.

국내의 유명인사 소유로 알려진 미국과 캐나다의 1천8백㏊ 규모의 주말농장(JEON&SON)도 계약금만 지불한 채 현재는 개발이 주춤한 상태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밖에 아르헨티나에는 지난 78년 당시 외무부에서 구입한 뒤 현재 정부가 관리비만 연간 2만달러씩 지출하며 방치되고 있는 야타마우카 농장 등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김시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