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문인귀 '꽃잎으로 꽃잎으로'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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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꽃잎으로

꽃잎으로

잘게 잘게 따서 모은

그 꽃잎으로

내리 뿌려져

채워 오는 마음이다

아가야

아빠가 된 마음보다

너를 본 마음이야

네 엄마는

널더러 날 닮으라지만

네 엄마만큼이나

고웁지 않더라도

더 고운 내 딸 아기니

꽃잎으로

꽃잎으로

잘게 잘게 따서 모은

그 꽃잎으로

내리부어져 채워진 마음에

아무런들

무릎이 아플까,

-문인귀(60) '꽃잎으로 꽃잎으로' 중

세상에 탄생만큼 큰 축복이 어디 있을까. 이런 보편적인 의미말고 아빠가 첫 딸을 낳은 아내와 그 아기를 바라볼 때의 행복은 이미 세상의 축복을 다 감당하고 있다. 그것이 자디잔 꽃잎으로 채워진 마음이 되어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이 거친 세상에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있어 다른 세상이 된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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