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독주시대 … 라이벌은 자신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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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피겨에 김연아 시대가 활짝 열렸다. 18일 끝난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2위 아사다 마오와 총점에서 40점 가까운 점수 차를 벌리며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파리=연합뉴스]

“모든 심판이 김연아를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손꼽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 국제심판으로 참가한 이지희(47)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심판들이 김연아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갖춘 선수라고 칭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그랑프리 대회 6회 연속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김연아는 18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치러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3.95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76.08점) 점수를 합쳐 총점 210.03점으로 가볍게 1위에 올랐다. 2위 아사다 마오(일본)를 무려 36.04점 차로 따돌린 완벽한 승리였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을 잇따라 기록하며 ‘김연아 독주시대’를 열어 제쳤다.

#"김연아는 다른 선수와 리그 달라”

일본 언론은 동갑내기 김연아와 아사다를 ‘숙명의 라이벌’로 묘사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두 선수의 점수 차는 36.04점이다. 보통 소수점 차로도 승부가 갈리는 피겨에서 30점대 점수차는 시니어와 주니어 간 격차나 다름없다.

18일 미국 LA타임스의 기고가 필립 허시는 “김연아는 나머지 선수들과는 다른 리그에 있었다”고 평했다. 김연아가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다른 선수들은 마이너리그급이었다는 얘기다.

피겨 전문사이트 ‘아이스 네트워크’의 린 루더폴드 기자는 “김연아의 점프는 높이와 비거리, 에지(의 정확도)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이다. 다른 선수들이 점프를 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라면, 김연아는 가볍게 날아올라 쉽게 착지한다. 여기에 김연아는 예술성까지 갖췄다”며 “그는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선수란 느낌이 든다”고 극찬했다.

#낙담한 일본 피겨계

아사다가 그간 장기로 내세웠던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는 오히려 치명적 약점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트리플 악셀을 세 번 시도해 한 번 성공했다.

한 일본 기자는 “일본의 거의 모든 미디어가 대회 전부터 김연아의 압승을 예상하긴 했다. 그러나 이렇게 격차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일본 피겨계는 매우 당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스포츠 호치는 18일 ‘트리플 악셀을 1회전으로, 마오 절망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오의 부진과 김연아의 약진에 대해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썼다.

파리=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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