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희 기자에게 물어보세요] 무의식중 같은 말 반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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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문> 10년 전부터 종종 갑자기 같은 말을 반복하고 목소리가 커지는데 제 자신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신경을 많이 쓴 날은 더 자주 그래요(서울 미아동 43세 H).

<답> H씨는 '측두엽 간질' 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간질은 뇌신경세포가 지나치게 흥분하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병이죠. 측두엽 간질은 뇌의 측면인 측두엽이 이상을 일으켜 발작을 일으키는 겁니다.

정신을 잃고 눈이 뒤집힌 채 전신을 흔들어대거나 뻣뻣해지는 경우는 전신발작입니다.

그러나 측두엽 간질은 대개 부분발작인데 두리번거리거나 입맛 다시기, 한쪽 손 만지작거리기 등 여러 가지 이상한 형태를 보입니다.

H씨의 증상으로 미뤄볼 때 오른쪽 측두엽이 이상을 일으켜 이런 간질발작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통상 사람의 뇌는 좌.우가 서로 기능을 억제하는데 만일 오른쪽 측두엽에 간질발작이 있을 땐 언어(言語)중추가 있는 왼쪽 뇌 부위를 억제하지 못해 지금처럼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말이 술술 나오는 거지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며칠 병원에 입원해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 뇌파검사를 하는 비디오뇌파검사와 측두엽 이상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는 뇌자기공명촬영 검사를 해야 합니다.

치료는 우선 항경련제를 복용하는데 6개월 이상 복용해도 간질발작이 제대로 조절이 안되면 문제의 뇌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도 합니다.

이런 정밀검사와 간질수술은 서울대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서울중앙병원.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실시합니다.

황세희 기자

◇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문의내용을 생활과학부 팩스(02-751-5627)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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