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 조훈현·이창호등 무난히 본선 진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이변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무차별 통합예선전. 그러나 서운하게도 이변은 없었다.

이창호9단.조훈현9단.유창혁9단 등이 예선무대에 함께 참여한 것은 이번 농심배가 사상 처음이다. 바둑세계에서 타이틀보유자는 곧장 본선행이지 예선에 나가는 법이 없다. 단위가 높으면 예선이라도 2차에 나간다.

일본은 단위에 따라 3차예선까지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한국기원에서 계속된 제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내선발전에선 모든 프로들이 똑같은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했다.

통합예선을 치르는 삼성화재배도 타이틀보유자들은 본선에 직행하는데 이번 농심배는 누구 한사람 예외 없이 바닥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선발선수는 4명. 정원이 5명인데도 4명만 뽑고 1명을 추천으로 한 것은 이변으로 인한 전력의 대폭감퇴를 염려한 탓이었다. 여차할 경우 이창호9단만이라도 보충하려는 배려였다.

막강한 신예들의 실력으로 볼 때 이창호9단이나 조훈현9단조차도 길고 긴 예선의 터널을 무사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만큼 어려워보였다. 제한시간도 1시간으로 짧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게 기우였다. A조의 이창호9단은 임선근9단.노영하9단.김성룡6단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라 김동엽7단을 꺾고 4연승을 거두며 본선티켓을 차지했다.

B조의 조훈현9단은 양상국8단.김주호초단.김명완4단.안달훈3단에 이어 결승에서 이세돌3단을 물리쳐 5연승으로 두번째 티켓을 따냈다. 이창호는 중견들을, 조훈현은 신인들을 연파한 것도 묘한 대조였다.

C조의 유창혁9단은 2연승을 거둔 다음 결혼으로 대회가 연기됐다. 이 C조에서 서봉수9단이 서능욱9단에게 패해 왕년의 4인방 중에선 그가 유일한 탈락자가 됐다. 연기된 대회들은 이번주에 속행될 예정이다.

D조에선 신인왕전 우승자 목진석4단이 한종진3단.유병호8단.권갑룡6단.최규병9단.안조영5단을 연파하고 5연승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결국 기대했던 이변은 없었다. 유창혁9단이 본선진출에 성공한다면 주최측은 나머지 한명에 누구를 추천해야 옳을까.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