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어디로 가나] '블랙 먼데이' 재발 없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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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증시가 과연 대폭락 사태를 맞을 것인가. 전세계 금융시장이 19일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될 물가지수야말로 연초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온 인플레 우려에 대한 해답인 동시에 앞으로 미국 증시의 향배를 가늠할 시금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이미 지난주 6백30포인트(5.9%)나 떨어지며 세계 주가의 동반하락을 선도했다.

인플레가 눈앞에 닥쳤다는 불안감에다 그동안 과대평가된 미국 주가의 대폭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겹친 때문이다.

인플레에 대한 불안심리는 지난 15일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1.1%(전월대비)나 올랐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증시 폭락 가능성 시사는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와중에 소비자물가마저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면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폭락장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당장 다음달 FRB가 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고, 이것이 미국기업의 수지를 악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분석가들은 소비자물가가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일 월 스트리트 저널지와 로이터통신이 각각 주요 경제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4%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계절적으로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이른바 핵심지수는 0.3% 상승에 머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도라면 인플레가 현실화됐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연율로 따져 대략 2.3%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다지 걱정할 게 없다는 얘기다. 결국 시장의 판단은 미국경제가 아직은 안정성장의 궤도를 타고 있고, 증시도 지난 87년의 '블랙 먼데이' 와 같은 대폭락사태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18일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96.57포인트 오른 10, 116.28포인트로 마감했다. 다만 이와는 별도로 미국 증시가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느냐에 대한 논란은 이른바 미국 경제의 거품논쟁과 맞물려 여전히 찬반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향후 주가가 9, 500~9, 600포인트 선에서 조정을 거친 후 다시 10,000대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투자분석가 월터 머피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될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데다 당국도 증시가 붕괴상황에 직면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므로 9, 500~9, 700포인트 정도가 저지선이 될 것" 으로 내다봤다.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20일에는 IBM과 아메리카온라인(AOL) 등 대형 기술주들의 기업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가 반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증시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급격하게 이뤄지면 7, 000포인트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소시에테 제네럴 기무라키유(木村喜由)증권투자분석부장)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이머징마켓 인터내셔널의 아리슨 센 투자분석가는 "미국 증시가 다시 한번 출렁거릴 경우 아시아 증시는 인도네시아 대선(20일)결과 이후 펼쳐질 정국 불안과 맞물려 장기 조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고 우려했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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