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워킹맘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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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에서 아이 가진 엄마가 직장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여간 힘겨운 게 아니다. 본지 사회면에 연재된 ‘대한민국 워킹맘은 괴로워’ 기사 (10월 14~17일자)에 드러난 워킹맘의 실상은 애처로울 정도다.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절반을 넘었다지만, 우리 사회의 보육·교육 여건은 별로 나아진 게 없는 실정이다. 이러니 직장 일과 양육의 부담을 짊어진 워킹맘의 하루하루가 ‘전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워킹맘의 정신 건강이 온전할 리 있겠는가. 워킹맘의 23.1%가 우울 성향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는 섬뜩하기조차 하다. 가정과 사회의 행복을 위협하는 경고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워킹맘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가정·기업·국가 모두가 나서야 한다. 먼저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부담이 쏠려 있는 가정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남편도 아이를 돌보고 청소·빨래·식사준비 같은 집안일을 거드는 등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아이 양육의 책임이 ‘엄마-외할머니-외할아버지-아빠 순’이라는 워킹맘의 하소연이 나오는 가정은 건강할 수 없다. 양성 평등은 가정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

기업도 워킹맘을 배려하는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육아휴직을 회사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풍토부터 자리잡게 해야 한다. 현재 절반에도 못 미치는 육아휴직의 활용률을 끌어올리는 건 전적으로 기업 하기에 달린 문제다. 육아휴직을 선택이 아니라 무조건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워킹맘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도 확대돼야 한다. 때마침 여성부가 탄력근무제를 할 수 있는 이른바 ‘퍼플 칼라’ 직종 개발에 나선 만큼 기업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가도 보육의 책임을 나눠 진다는 각오로 보육 인프라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공 보육시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워킹맘의 숙원이 아닌가. 할머니가 없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여건이 갖춰져야 워킹맘이 편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워킹맘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게 저출산 문제를 푸는 해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