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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T 안풀리는 '합당보따리'…연쇄회동 결론못내고 봉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4일 오전 11시50분 삼청동 총리공관. 김종필(金鍾泌.JP)총리와 박태준(朴泰俊.TJ)자민련 총재가 '다정한 연인' 처럼 손잡고 함께 공관 뜰을 거니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기자의 질문: "두 분이 합당에 이견이 있으시다는데…. "

金총리의 답변: "(웃으며)우리 둘은 이견이 없다. 나는 당의 의견에 따를 뿐이다. 여러분(기자들)이 말을 자꾸 만드는 게 아니냐. " 뒤이어 두 사람은 김용채(金鎔采)총리 비서실장.조영장(趙榮藏)총재 비서실장까지 물리친 채 단 둘이서만 양식을 메뉴로 점심식사를 했다.

단독회동이 시작된 지 1시간10분 후 JP는 이덕주(李德柱)총리 공보수석에게 "합의사항" 이라며 두 가지를 구술했다.

'연내에 당론을 굳혀 자민련의 길을 가며 총리는 당론에 따른다' 와 '앞으로 모든 일은 朴총재가 강력하게 이끌고 갈 것' 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朴총재는 말이 없었다. 金총리와 오찬회동을 한 지 3시간 후 朴총재는 이번엔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朴총재는 합당보다 중선거구제 관철을 위해 공동여당이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金대통령은 여권의 대통합을 역설하며 우회적으로 합당 의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합당론을 둘러싼 여권 수뇌부 3인의 연쇄회동은 모양새에서 보듯 朴총재가 중심축이었다. 합당 추진(DJ), 합당도 가능(JP) 입장에 서 있는 두 사람이 '합당 무용론(無用論)' 을 내세웠던 朴총재를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자 연쇄회동에도 불구하고 朴총재가 합당 반대라는 종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갈등이 완전 봉합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金총리와 회동 후 朴총재측에선 총리실 발표와 다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趙실장은 기자들에게 " '자민련의 길을 간다' 와 '총리는 당론에 따른다' 가 합의사항" 이라며 "연말까지 당론을 정한다거나 모든 일을 朴총재가 이끌고 간다는 말은 못들었다" 고 부인했다.

趙실장은 "朴총재 생각은 여전히 합당 반대, 중선거구제 관철" 이라고도 못박았다. 특히 朴총재측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전국 3천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합당 반대가 40%로 찬성 29.5%를 압도했고, 당 지지기반인 대전.충청은 39.3%대 31%로, 대구.경북은 45%대 23%로 반대가 우세했다.

뿐만이 아니다. 이날 아침 朴총재는 북아현동 자택에서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이긍규(李肯珪)총무.차수명(車秀明)정책위의장을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뒤이어 이들 당 3역은 총리실을 찾아 朴총재와의 회동을 앞두고 있는 金총리에게 지역정서를 설명하며 합당 불가 입장을 개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金총리는 20분 만에 이들을 집무실에서 내보냈고, 이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결과적으로 DJT 3자 회동은 서로의 진심을 면전에서 확인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합당론의 매듭을 짓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전영기.박승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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