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당기며 '장애'를 날리는 양궁선수 이홍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활 시위를 당깁니다."

체전 사상 처음으로 휠체어를 탄 양궁선수가 일반선수들과 기량을 겨뤄 화제다. 하반신 불구를 딛고 대전시 대표로 출전한 이홍구(36)씨가 주인공.

이씨는 양궁을 통해 다시 태어난 열정의 '휠체어 궁사'다. 이씨가 활을 처음 잡게 된 것은 지난 92년. 87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좌절에 빠져 있던 그는 친구의 권유로 양궁을 시작했다. 하루 5~6시간씩 활시위를 당기면서 잡념이 사라지고 삶의 희망도 샘솟았다.

그의 뒤에는 아내의 정성스런 내조가 있었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던 중 이씨를 만나 결혼한 아내 황금주(33)씨는 남편의 연습장을 따라다니면서 직접 과녁에 박힌 화살을 되주워주는 일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반복한다.

대회에 나가 점수를 확인하고 장비를 챙기는 일도 아내의 몫이다. 덕분에 이씨는 올해 처음으로 체전대표선수로 출전하게 됐다.

올해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위, 국내 장애인 양궁대회에서는 모두 우승했다.

"내년도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 라는 이씨는 "날아가는 화살과 함께 모든 좌절도 씻어버렸다. 이번 대회 출전을 계기로 더욱 매진하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체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