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여성 두 명 자폭 테러인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지난 24일 발생한 두 대의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이 자폭 테러일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 보안 당국은 사고 여객기 잔해에서 폭발물 흔적을 잇따라 발견한 데 이어 두명의 체첸 출신 여성을 유력한 테러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세르게이 이그나첸코 대변인은 28일 "모스크바 남부 도시 툴라 부근에서 추락한 Tu-134기의 잔해를 정밀 분석한 결과 폭발 물질인 헥소겐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FSB는 전날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에 추락한 또 다른 사고기 Tu-154 사고 현장에서도 헥소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었다. 보안 당국은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이 몸에 지닌 폭발물을 터뜨리면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대의 여객기에 각각 탑승했던 제비르하노바와 아미나트 나가예바란 이름의 체첸 출신 여성 두명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심하게 손상된 이들의 시체 잔해가 폭발 지점으로 보이는 사고 여객기 꼬리부분 화장실 근처에서 발견됐다. 아직까지 시체 확인 및 인도를 요구하는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혐의를 더해주고 있다. 88명의 다른 사망자 신원은 친인척들에 의해 모두 확인됐다. 사고 당일 두 사람은 비행기표를 서둘러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주요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8일 "나가예바가 3~4년 전 러시아 연방군에 끌려가 행방불명된 남자 형제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이번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자폭 테러범들이 폭발물을 기내로 들여가는 과정에서 공항 관계자의 협조를 얻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한편 29일 체첸 자치공화국에서는 지난 5월 폭탄 테러로 숨진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대통령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대선이 실시됐다. 모두 7명이 후보로 나선 이번 선거에서 러시아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 체첸 내무부 장관 알루 알하노프(47)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수도 그로즈니의 한 투표소 부근에선 폭발물이 터져 남자 1명이 숨지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있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