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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은행들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비상이 걸렸다.

외환은행이 지난달 14일부터 행장까지 해외 로드쇼에 나서 추진하던 10억달러 DR 발행을 5일 무기 연기함에 따라 이달부터 줄줄이 예정됐던 조흥.한미.대구은행의 DR 발행이 힘들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이 올 연말 국제기준(미래상환능력 반영)에 따라 충당금을 쌓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은행은 이날 "외환은행 주식의 4일 종가가 로드쇼를 시작한 14일보다 15%나 떨어져 액면가보다 불과 5% 높은 5천2백60원이 됨에 따라 외환은행의 향후 전망에 대한 투자자의 적절한 평가가 가능해지는 시점에 DR 발행을 다시 추진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 8월 한빛은행이 주당 6천5백원에 DR를 발행했으나 현재 주가가 4천5백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해외투자자들이 손실을 봐 한국물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냉담했다" 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외환은행 DR 발행은 한국 정부가 제일은행을 외국 자본에 팔기로 한 이후 해외투자자들의 투자의향을 보는 첫 시험대였다" 며 "투자자들이 대우 여신 부담 때문에 발을 뺐다" 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사례는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의 전망을 밝지 않게 본다는 것" 이라며 "이미 해외투자자들의 한국물에 대한 투자비중이 커져 앞으로 DR 발행이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DR 발행이 끝나면 곧바로 10억달러 DR 발행 설명회에 나서기로 했던 조흥은행은 당분간 주식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고 전략 수정에 부심하고 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20일로 계획된 로드쇼 준비는 예정대로 할 것이나 시장에서 주식을 사주지 않으면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또 지난달 8일 4억달러 DR 발행 결정을 위한 확대이사회를 이달로 연기했던 한미은행도 1~2주간 시장상황을 지켜본 뒤 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식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DR 발행으로 국부가 유출된다는 비난이 높은 마당에 헐값으로 팔 필요는 없다" 며 "대우와 투신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혀 주가가 오르면 DR 발행을 본격 추진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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