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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지상낙원'의 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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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니가타(新潟)현 에치고 유자와(越後湯澤)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설국(雪國)' 의 배경이 된 마을이다.

온천장 한 료칸(旅館)을 무대로 남자주인공 시마무라(島村)와 게이샤(藝者) 고마코(駒子), 그리고 미소녀 요코(葉子)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설국' 은 일본 현대 서정문학의 정점(頂點)을 이룬 소설로 평가받는다.

료칸을 즐겨 찾았던 가와바타는 에치코 유자와 한 료칸에 1934년부터 37년까지 3년동안 머물며 '설국' 을 집필했다.

가와바타가 머물던 방은 책상.의자.화로 등이 옛날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설국' 탄생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한편 료칸이라는 일본 특유의 '숙박문화' 가 갖고 있는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료칸은 입지(立地)에 따라 시가지 료칸과 관광지 료칸으로 구분된다. 시가지 료칸은 보통료칸과 갓포(割烹)료칸으로 나누는데, 보통료칸이 숙박 전문인 데 비해 갓포료칸은 숙박과 함께 연회(宴會)장소로 사용된다. 따라서 갓포료칸은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정원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관광지 료칸은 유명 온천장과 명승지에 위치해 있는데, 그 가운데는 수백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재급 료칸도 있다. 호텔과 크게 다르다.

우선 외관에서 호텔이 서양식 건물인데 비해 료칸은 일본 전통 양식을 따르고 있다. 다다미(疊)가 깔린 방에서 푸동(布團)이라고 부르는 이부자리를 깔고 덮고 잠을 잔다. 식사도 식당 아닌 각자 방에서 하며, 목욕탕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호텔에선 유카타(浴衣)차림으로 방 밖에 나갈 수 없는 데 반해 료칸에서는 유카타에 게다(下馱)를 신고 어디든 마음놓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것들은 작은 차이일 뿐이다. 료칸이 갖는 진짜 특색이자 가장 큰 장점은 감동적인 서비스다.

방마다 기모노(着物)차림의 전담 여종업원이 있어 침구 정돈에서 식사 제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준다.

료칸에서 손님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이처럼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료칸의 숙박료는 일반 호텔보다 훨씬 비싸다.

미국의 권위있는 여행전문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 최신호가 선정한 '진정한 여행자가 일생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50곳' 가운데 '지상낙원' 부문에서 일본 료칸이 포함됐다.

서양인들이 료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호감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여관이라고 하면 먼저 불결함과 불친절이 떠오르는 우리 입장에서도 한번 심각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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