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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다음은 누구…"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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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상적인 당국의 재벌 압박에 재계가 바짝 얼어붙었다.

특히 한진에 대해 5천억원이 넘는 추징금에다 조중훈(趙重勳)회장 3부자(父子)가 모두 검찰에 고발당하자 재계는 '오너 손보기 아니냐' 는 해석과 함께 '다음은 누가 될까' 라며 긴장하고 있다.

당사자인 한진과 통일이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인들이 의욕을 가지고 일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일들이 재계의 편법 경영관행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정신없이 몰아치는 당국〓국세청.검찰.공정위.금감원…. 기업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가진 기관은 모두 가동 중이다.

공정위는 5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이어 현대.삼성 등 5개 그룹의 위장계열사 문제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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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주가조작 혐의로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을 구속한데 이어 보광 대주주인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사장까지 구속했다.

금호 오너 4형제의 내부자거래 수사를 벌이고 있고, 한진도 국세청 고발에 따라 곧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금감위는 5대 그룹 금융계열사를 특별검사 중이다.

◇ 반발하는 재계〓모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사흘이 멀다하고 당국의 조사를 받다보니 이제 이골이 난 상태" 라며 "조사 주체들이 각종 서류를 들고가는 바람에 일도 안된다" 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80대의 조중훈 회장까지 꼭 검찰에 고발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재벌의 구태의연한 관행이 근본 문제인 만큼 차제에 뼈를 깎는 자정(自淨)노력을 벌여야 할 것" 이라는 지적도 있다.

◇ 곤혹스런 전경련〓전경련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공식 논평' 은 내지 않았다.

그러나 조중훈.조양호 회장이 각각 고문과 부회장직을 맡고 있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은 장영신(張英信)부회장(애경 회장)이 신당 참여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데다, 김우중(金宇中)회장도 진퇴여부를 고려 중이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재계는 어떻게 하면 기업의욕을 살려 경제를 회복시키느냐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라며 숨을 죽이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재계 일각에서는 보광사태 이후 정부가 언론탄압 시비에 휘말리자 국면전환용으로 한진.통일그룹 세무조사 결과를 전격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고 말했다.

◇ 발칵 뒤집힌 한진.통일〓한진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앞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는 내용의 짤막한 공식 입장만 발표했다.

김동섭.고현곤.표재용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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