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맥짚기] 간접투자 시장규모 내년 10조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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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 토지공사가 국내 첫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토지수익연계채권을 내놓은 데 이어 5월 2차분을 발행했고 최근 토지자산 담보부 채권(ABS)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지금까지 1조원이 넘는 상품을 팔았다.

토공은 올 연말까지 1조원어치를 더 내놓을 계획이고 저당권을 담보로 한 주택저당채권(MBS)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여 바야흐로 부동산 간접 투자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MBS 발행 전문기관인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까지 설립된 상황이어서 내년쯤에는 다양한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업계는 내년에 관련 시장 규모가 10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올해 판매내용을 보면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로선 시중 여윳돈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처지다. 내년부터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우선 판매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발행기관들이 밝혀 앞으로 부동산 간접 투자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들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이 대량 발행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이런 간접 상품들이 나오면 부동산을 사두려는 수요가 줄어들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시 말해 증시가 침체되면 여윳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것인지 아니면 금융상품으로 포장된 이 간접 부동산 투자상품이 이탈 자금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인지가 큰 변수다.

일부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수익성은 높지만 안전성.환금성이 떨어져 섣불리 달려들지 않을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값 폭락사태를 경험한 이후 수익성보다 안전성과 환금성을 더 중시하는 풍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선호사상이 뿌리깊게 내려 있는 우리 특유의 투자풍토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는 환금성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수익성도 일반 금융상품보다 높은 경우도 많아 부동산에 대한 투자열기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이 대량 쏟아지면 부동산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거대한 잠재 투자수요가 간접 상품으로 흘러들면 당초 기대했던 부동산 경기 활황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MBS가 활성화되면 주택자금이 풍성해져 주택을 사는 사람이 많이 생겨날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우리의 경우 집값이 너무 비싸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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